요즘 요리하는 남자 ‘셰프’의 인기가 뜨겁다. TV 조리프로그램이 인기 예능물로 자리 잡으면서 취미가 요리인 남자부터 전문 셰프까지 출연해 다양한 음식을 뚝딱 만들거나 서로 현란한 기술을 뽐내며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셰프와 결혼하는 유명인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5일 개봉하는 ‘더 셰프’는 한창 뜨기 시작한 이 직업군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게 한다. 동시에 어느 직업군에나 다 해당되는 성공과 좌절, 재기의 과정을 그렸다. 성공과 타락, 배신과 경쟁,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잃었던 남자가 자신을 단련해 다시 세상으로 나와 무림을 평정할 대형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 과정은 녹록지 않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다시 주방에 서며, 진정한 자아도 찾는다. 영화는 그저 맛있는 요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엌은 그야말로 접시가 깨지고, 프라이팬이 날아다니며 욕설이 난무하는 전쟁터다. 이 전장을 무대로 셰프의 화려한 면보다 이면의 인간적 고뇌와 관계, 성숙의 과정을 가슴 묵직하게 보여준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음식을 고도의 집중력으로 신속하게 만드는 과정은 덤으로 볼 수 있다.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맛집 등급인 ‘미슐랭 가이드’의 평점 기준인 미슐랭 스타. 그동안 4137개 레스토랑을 평가해 전 세계에서 오직 22개 레스토랑에게만 만점인 3스타를 부여했다고 한다.‘미슐랭 2스타’라는 명예와 부를 거머쥔 프랑스의 일류 세프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는 성공에 취해 술과 약에 손을 대게 되고 일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은둔한 지 몇 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그는 예전의 동지였던 레스토랑 오너 토니(대니얼 브륄), 소스전문가 스위니(시에나 밀러) 등 각 분야 최고의 멤버들을 모아 화려한 재기에 나선다. 이 영화의 미덕은 남자의 재기가 단순히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출발은 그렇게 한다. 과연 존스는 어떻게 재기에 성공할까, 재기를 돕는 비장의 메뉴는 무엇일까, 그 메뉴를 어떻게 개발할까, 그 와중에 어떤 라이벌이 등장할까,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으나 영화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존스가 얼마나 극적으로 재기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이 남자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성장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동시에 주방의 압박감, 소음, 열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훌륭한 요리사는 그저 아랫사람들을 몰아쳐서 평론가의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찬찬히 보여준다. 때로는 타인을 상처 입힌만큼 고스란히 돌려받는 과정도 필요하다. 인생이 처참하도록 쓰라릴 때 평소에 눈엣가시인 라이벌이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 고맙게도 자신이 준 이상의 사랑을 타인에게 받기도 한다. 마치 수행하듯 허름한 시골의 식당에서 굴을 까는 첫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서부의 총잡이처럼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얼마나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느껴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묵묵히 굴을 까며 때를 노릴 수 없으리라. 숙적인 라이벌과 속마음을 털어놓은 장면도 두고두고 기억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바로 존스의 라이벌이 해주는 오믈렛이기도 하다. 단순한 음식일수록 요리사의 실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특히 이 음식은 매우 특별한 순간에 만들어지므로 더욱 그렇다. ‘헬스 키친’시리즈 등 미슐랭 3스타 셰프 고든 램지에게 요리 과외를 받고, 미슐랭 2스타 마커스 웨어링이 요리자문을 했다. 웨어링은 존스의 대사 30%를 직접 작성해 넘겨줬단다. ‘ER’ ‘웨스트 윙’ 등 전설적인 TV연출가인 존 웰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10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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