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지 않으세요? 비장애인의 날은 없잖아요. 장애인의 날을 정한 것 자체가 차별입니다.”(215쪽) 장애는 병이 아니라 그저 남과 다른 옷을 입은 것일 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는 ‘장애인의 날’은 우리 안의 편견을 그대로 보여 주는 또 다른 차별일지도 모른다.‘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는 차별과 편견의 고개를 넘느라 힘겨운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현장을 돌아보는 다양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해와 편견의 이어달리기를 멈출, 카메라의 말 걸기가 이어진다.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이라는 부제가 달렸다.“왜 저들은 동성애자가 됐을까 묻지만 왜 나는 이성애자일까 고민하진 않잖아요.”(109쪽)소외됐지만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열린 가슴으로 서로를 이해하자’는 긍정 마인드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뉴스 화면, 일간지 귀퉁이에 무덤덤하게 장식되고 마는 사건들을 비로소 ‘우리 일’로 체감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너무 쉽게 판단했던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재정리한다. 무엇보다 쉽게 볼 수 없는 생생한 현장 사진들과 밀도 있는 이야기가 담겼다.‘막장 드라마’ ‘막장 사회’ 등 모두 참 쉽게 ‘막장’이란 말을 내뱉을 때, 저자는 태백시 철암탄광의 지하 400m, 섭씨 30~40도를 오르내리는 진짜 막장으로 들어가 탄광촌 사람들의 가쁜 호흡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서울의 유일한 달동네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펼쳐지는 재개발 프로젝트를 다루며 모두가 행복한 개발은 가능한지 탐색했다. 빈곤, 양극화, 철거민과 도시개발, 독거노인, 존엄사, 한국 속 이슬람, 급증하는 난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생존권, 동성애, 소수자 등 저자가 카메라 속에 담아온 열쇠말의 범위는 다양하면서도 깊다. 저자는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 강윤중 지음, 328쪽, 1만3900원,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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