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씨(여·41)는 얼마 전 대학 동창 모임에 갔다 온 뒤 영 기분이 찝찝하다. 나이 마흔에 결혼해서 아직까지 임신이 안 돼 속상하다는 얘기를 여대 동창생들에게 했다가 “네 자식이 초등학교 졸업할 때 환갑이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들어 마음이 아팠다. 지금 임신해도 고령이라 걱정되고, 곧바로 출산하더라도 자식이 고3이면 내 나이 환갑이란 생각에 젊게 살아야지라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높은 취업관문을 간신히 통과해 일하다 보니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어느새 불혹을 넘겨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많다는 걸 보고 내심 안심은 하지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최근 병·의원 산부인과에는 고령의 산모들이 자주 눈에 띤다. 1970-80년대만 해도 30대 초반 나이에 임신하면 노산이라며 눈치를 받았지만 이젠 어린 축에 낀다. 취업난에 늦깎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뒤늦게 결혼하는 부부들이 많아졌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014년 출생통계 확정치에 따르면, 20대 산모의 출생아수는 계속 줄고 있는 반면 30대 산모의 출생아 수는 늘었다. 30대 초반 출산율은 113.8명으로 전년보다 2.4명 증가했고, 30대 후반 출산율은 43.2명으로 전년보다 3.7명 늘었다.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구성비는 21.6%로 전년 20.2%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총 출생아수가 전년보다 줄었는데도 고령산모 비율은 늘어난 것이다. 출산 비율 최상위권에 있는 한 국내 병원 통계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16일 단국의대 제일병원이 2013년 자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그해 출산한 산모 5493명 중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출산 비율은 무려 37.8%(2075명)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4세 이하의 출산율은 0.9%(51명), 25-29세는 12.3%(676명), 30-34세 49%(2691), 35-39세 31.5%(1729명), 40세 이상 6.3%(346명)이다. 출산 시기가 거의 30세 이상에 몰려있고 노산이라 볼 수 있는 35세 이상 출산율도 상당히 높다. 35세 이상 고령의 산모들 중 40세 이상 산모의 출산 빈도는 16.7%로 최근 10년 사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였다. 2004-2007년 9.6-10.8% 비율을 나타냈다가 2008년부터 11%를 넘기 시작해 2010년 13.1%, 2011년 15.6%, 2012년 17.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3년의 경우도 16.7%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35세 이상 산모들 중 첫째아를 출산한 산모 비율만 놓고 보면 29.9%로 전체 고령 임산부 출산 대부분이 초산임을 나타냈다. 그 중 40세 이상은 4.6%였다. 고령인데 처음 임신한 여성(초산모)은 산과적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통계 결과, 임신중독증과 임신성당뇨, 유착태반 그리고 자궁수축부전율이 35세 미만 초산모에 비해 약 1.5-3배 정도가 된다. 35세 이상 고령 초산모 중 40세가 넘어가면 임신성당뇨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35세에서 40세 미만의 초산모의 임신성당뇨 비율은 6.8%를 나타냈지만 40세 이상 초산모의 경우 여기에 약 2배인 13.7%이다. 다만 35세 미만 초산모와 35세 이상 초산모군 간 신생아 기형 등의 신생아 합병증 발생 차이는 없었다. 제일병원 주산기센터 한유정 교수는 “고령 임산부의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지만 출산 후엔 산모와 신생아의 큰 합병증은 없다”며 “임신 전부터 계획을 세워 임신을 미리 준비하고 산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다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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