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것보다 분비하는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당뇨병의 병인이 서구인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통상 당뇨병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 속에 넣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하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인슐린 감수성 저하(저항성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됐다.서울대병원 내과 온정헌·곽수헌·박경수 교수팀과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 연구팀은 10년간의 추적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경기도 안성과 안산에 거주하는 성인 중 정상 혈당을 보이는 4106명을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 당뇨병은 12%(498명)에서, 당뇨병 전단계는 27%(1,093명)에서 나타났다. 61%(2515명)은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정상 혈당 그룹은 10년 동안 인슐린 감수성이 27% 감소했지만, 인슐린 분비 능력은 70% 증가했다. 반면 당뇨병 발병 그룹은 정상 그룹에 비해 처음부터 인슐린 분비 능력이 38%, 인슐린 감수성은 17% 낮았다. 또 10년 동안 인슐린 감수성이 64% 감소했지만 인슐린 분비 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 즉 정상 그룹은 나이가 들면서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포도당이 세포에 원활히 들어가지 못했지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량을 늘려 정상 혈당을 유지한 셈이다. 그러나 당뇨병 그룹은 인슐린 감수성 저하에도 이를 상쇄할 만큼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 못해 당뇨병이 발생했다.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는 유전적 원인에 의해 일부 결정되는데,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포도당인산화효소(glucokinase)의 유전자 변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박경수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뚱뚱하지 않아도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인에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가 당뇨병 발생의 주된 역할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연구 결과로 보면 단독으로 감소된 인슐린 분비능력을 높이면 당뇨병의 발병위험을 38%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혈당이 정상이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선별하고,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의 원인과 이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인 당뇨병의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학술지인 `란셋 당뇨병, 내분비학`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