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타도, 민주화 투쟁의 기수, ‘문민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차가운 눈발을 뚫고 영면에 들어갔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됐다. 김 전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가 이날 오후 1시55분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 도착하면서 영결식은 진행됐다. 운구행렬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25분만인 1시 55분께 국회 정문에 도착했다. 운구행렬은 율곡로-광화문-새문안로-충정로-마포대로-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운구차량이 국회 정문을 통과하자 사열해있던 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의 구호로 예를 표시하고, 조악대의 조곡 연주가 시작됐다. 김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내빈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고인의 마지막 길에 예를 표시했다.정부에서는 이날 영결식장에 참석하는 내빈으로 장례위원 2222명을 포함해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80여명, 유가족 관련 인사 100여명, 각계인사 7900명 등 총 1만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눈발이 날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 탓에 참석인원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상 이유’로 불참, MB 내외-권양숙 여사는 참석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4분,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됐다.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할 땐, 부인 손명순 여사가 무표정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귀빈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첫 줄에 자리했다.박근혜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영결식장에 불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차가운 날씨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불참했다.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총리는 ‘조사(弔辭)’를 통해 “우리 국민이 사랑한 김영삼 전 대통령님, 이제 생전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해오신 대통령님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황 총리는 이어 “우리는 오늘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이셨던 김영삼 전 대통령님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있다”며 고인의 생전 업적을 열거했다. 황 총리는 특히 “대통령님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노력하셨다”고 평가했다. 또 “오늘 우리들이 대통령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이곳 국회의사당은 대통령님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님이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이어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있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고인에 대한 추도사를 이어갔다.김 전 의장은 “섬겨오신, 진정한 문민 정치가였다”고 우리 헌정사 최초의 ‘문민 대통령’이 가는 길을 애도했다.김 전 의장은 “그렇게 사랑하던 조국, 그렇게 사랑하던 국민, 그렇게 사랑하던 동지들을 남겨놓고 이렇게 홀연히 가셨나”라며 울먹이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김 전 의장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 실로 대통령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거짓과 위계, 음해와 사술을 배격하고 한결같이 ‘대도무문’의 정도를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의 앞에 단호한 대통령이었지만, 이웃들에게는, 동지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지난 5일간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일화로 소탈하고 가식없었던 대통령의 따뜻한 면모를 새삼 추억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고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의장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말씀드린다.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 사모하던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김 전 의장은 추도사 후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하면서 떨리는 손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꼈다.이어 고인과 유족의 종교인 기독교를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파의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기독교 예배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발인예배를 집전한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목사의 집전 아래,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등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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