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맞을 때마다 나의 삶은 점점 즐거워질 것이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112쪽)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인을 없애버리는 거죠. 걱정을 걱정하고 고민을 고민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없어요.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거든요. 우리 인생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 것은 최선의 판단과 차선의 선택 그리고 실행."(160쪽) 여행작가이자 시인인 최갑수(42)씨가 여행 에세이집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냈다. 오랜 시간 여행하며 마음 깊이 사유하고 간직해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무색하게도 한동안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는 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여행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유 모르게 울컥할 때마다 여행을 떠올렸고, 떠나지 못할 때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읽고 들어온 글귀에서 반복해 들은 음악과 밑줄이 진한 문장들을 들춰보니 대부분 삶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었다. 그 중에서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을 뽑아내고 시인의 시선과 글을 더해 풍성한 에세이로 녹여냈다. 삶의 한 단면,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사랑, 헤어짐, 슬픔, 고독에 관한 글들은 결국 삶이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님을 관조한다. "기차를 타고 창틀에 턱을 괴고 앉아 있노라면, 인생이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잘 것 없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인생이란 게 꼭 커다란 이념이나 지고지순한 사랑, 엄청난 부와 명예 같은 걸 이루어야 제대로 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냥 즐거운 음악을 듣고, 맛있는 와인과 파스타를 먹으며, 틈틈이 여행이나 다니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27쪽) "소중함을 모르다가 곁에서 없어지니 얼마나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야 사무친다. 그래서 후회가 된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 한 조각에도 멀어져가는 봄이 느껴지고 살이 아프다. 열 달 뒤면 봄은 다시 오겠지만 그 봄은 지금의 봄과 다를 것이다. 지난해의 봄이 그 전 해의 봄과는 달랐던 것처럼, 아프고 슬펐던 것처럼."(141쪽) 최씨는 "모두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라며 "어차피 생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 이 문장들이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의 생을 조금씩 회복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352쪽, 1만4500원,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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