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세랑(31)의 상상력은 따듯하고 발랄하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된 새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역시 마찬가지다.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 평범해보이지만 그는 보통 보건교사가 아니다. 퇴마사의 운명에도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봐온 심령술사다. 퇴마사라고, 어둡고 서늘한 캐릭터일 거라 추정하면 오산이다.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이 투철한 안은영은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을 모두 지닌 여성 캐릭터다.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악귀와 혼령을 물리친다. 통굽 슬리퍼를 신고 종횡무진한다. 사람을 해치는 괴물과 자신의 힘을 악용하는 자는 가차 없이 응징하는데, 사연이 있는 영혼은 조용히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책장을 모두 넘기면, 학교에 이런 보건교사 한 명 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280쪽, 1만3000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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