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50)이 순간 눈을 빛냈다. 연극 ‘에쿠우스’를 연출하는 극단 실험극장의 이한승 연출이 “‘에쿠우스’하면 실험극장이지만, (상당한) 지분은 조재현이 가지고 있다. 조재현은 ‘에쿠우스’에 대한 미련을 안 놓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조재현은 15일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열린 ‘에쿠우스’ 프레스콜에서 “‘에쿠우스’ 대본이 (다른 작품의) 대본처럼 똑같이 (마음이) 담기지 않았다. 그 세계가 나한테 와 닿았다”고 말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원시시대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영국 작가 피터 셰퍼(79)의 1973년 동명 작품이 원작이다. 올해는 한국 초연 40주년이다. 앞서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기념 무대를 꾸몄고, 이번 무대는 앙코르다. 실험극장과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가 손을 잡았다. 영국에서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17세 소년 ‘앨런’의 범죄 실화가 바탕이다. 앨런과 그를 치료하는 ‘다이사트’ 이야기다. 1973년 영국 초연 당시 살인, 섹스 같은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전라 연기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조재현이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1985년. 당시 최재성(51)이 앨런을 연기했고, 이번에 질 메이슨으로 출연하는 이미소(27)의 어머니인 김부선(54)이 같은 역으로 출연한 때다. “당시 객석에 앉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6년 후(1991)에 (앨런 역을 맡아) 그 무대에 섰다. (앨런을 맡고 싶었지만 못 맡었던 다이사트 역의) 김태훈씨는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흔의 나이에도 앨런 역을 맡았던 조재현은 2009년 처음 다이사트를 연기했다. 당시 연출까지 겸했는데 이번에는 다이사트 역에만 집중한다. “6년 전 송승환씨와 함께 다이사트를 더블로 연기했는데 (연기에 집중할 수 없어서) 다이사트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이번에는 배우로만 참여를 해서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실험극장이 40년간 ‘에쿠우스’를 이끌고 온 것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에서 연극의 정통성을 이어온 집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에쿠우스’의 힘은 “70년대 써진 작품인데, 별 수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공감가는 상황이)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다. 지금도 역시 ‘정상적인 세계에서 너는 행복하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연극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로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무겁고 진중한 연극으로만 다뤄지는데, 그곳 역시 주제는 무겁지만 형식은 좀 더 가볍게 전달되고 있더라.”‘에쿠우스’가 20대 때는 막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절실하게 와 닿은 것이 맞다”고 했다. 앨런을 맡다가 다이사트를 맡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축구로 따지면 앨런은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다. 다이사트는 멀티지. 수비도 하고 골도 막는다. 하는 게 정말 많고, 종횡무진하는데 결국 골은 앨런이 넣는다. 마음은 항상 앨런이다. 하하.”조재현이 부러워하는 앨런은 이번에 트리플캐스팅이다. 류덕환(28)이 광기 어린 앨런 역으로 6년 만에 돌아온다. 40주년 공연 당시 만 17세의 나이로 최연소 앨런이 된 서영주(17)가 이번에도 나온다. 40주년 기념 공연, 최종오디션에서 탈락한 김윤호(26)가 끝내 이 역을 맡아 와신상담하고 있다. 앨런의 여자친구이자 마력을 뽐내는 질 메이슨은 이미소와 함께 신예 김예림(25)이 연기한다. 이미소는 “어머니가 연극 경험이 별로 없는데 ‘에쿠우스’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얘기를 해줬다”며 “2005년 팸플릿을 봤는데 어머니 사진이 있더라. 기분이 새롭기도 하고, 마음이 무거운 것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김예림은 메이슨이 “귀엽고 밝고 통통 튀고 섹시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봤다. ‘에쿠우스’로 ‘김동훈 연극상’과 ‘영희 연극상’을 거머쥔 김태훈, 관록의 안석환도 다이사트를 다시 맡는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