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은 가장 시(詩)적인 ‘현대’ 뮤지컬이라 할 만하다. 꿈과 환상의 판타지로 통하는 뮤지컬 주인공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어머니라니. 그녀 ‘다이애나’의 아픔은 ‘굿맨’ 가(家)의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는 상처와 연관 있다. 다이애나는 16년째 우울증과 과대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외감을 느끼게 된 딸 ‘나탈리’는 천재지만, 방황한다. ‘넥스트 투 노멀’은 굿맨 가정이 과거에 어떤 상처를 받았고, 현재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린다. 미국의 브라이언 요키(작가)와 톰 킷(작곡가)이 협업한 넘버들은 이 롤러코스터의 탑승권이다. 록이라는 심장을 탑재한, 다양한 장르의 넘버들은 무거운 소재에 긴장감과 함께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특히, 이처럼 넘버의 가사가 명확히 들리는 뮤지컬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적인 한국어 번안이 일품이다. 다이애나와 아들 ‘게이브’, 남편 댄이 번갈아 부르는 ‘넌 몰라’에서 게이브가 “나 나 떠나지 않아 나 아빠도 나를 알잖아”라고 절규하고, 다이애나가 “오 넌 몰라 난 너를 알아”라며 아파하며 댄이 “포기 못해 난 놓을 수 없어”라고 강경할 때, 드라마에 대한 은유와 상징이 넘친다. 나탈리가 ‘수퍼보이와 투명소녀’에서 “수퍼보이와 못난 투명소녀 철의 아들 허공의 딸 그는 멋진 왕자님, 영웅 난 없어”라며 울분을 토할 때 댄과 나탈리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 뮤지컬에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 영화 ‘식스센스’를 연상시키는 ‘가브리엘’이라는 스포일러가 있다. 이미 2년 만에 돌아와 세번째 시즌에 돌입한 만큼 스포일러를 노출하자면 가브리엘은 게이브다. 8개월만에 죽은 아들이다. 다이애나에게는 게이브가, 가브리엘이 성장한 모습인 셈이다. 뮤지컬에서도 비교적 초반에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막판의 또 다른 반전이다. 밝힐 수 없는 이 부분은 가족 구성원을 위해 자신의 그리움과 고통을 참아야만 하는 힘겨움과 아픔의 결정체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은 이유다. 3층 짜리 12개 구획으로 나눠진 철제 무대와 2층의 중심을 개폐하는, 눈이 그려진 2개의 미닫이 문은 인물들의 닫혀진 마음과 고독, 벽을 뚫으려는 시도 등의 은유와 상징으로 활용된다. 보랏빛, 푸른빛 조명과 수많은 주황빛 전구가 모여서 내는 거대한 오렌지 빛은 인물들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심리를 반영한다. 결국 이 모든 건 ‘인간이 아름답다’로 귀결된다. 겉으로는 평범해보이지만, 상처로 점철됐던 가정은 이를 이기기 위해 저마다 맞서고 있었다. 힘들어도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더 정면으로 맞선다. 이 가족의 성은 굿맨(Goodman)이다. 제목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은 ‘평범함, 그 언저리’ 정도로 해석된다. 나탈리가 원하는 것이다.  ‘넥스트투노멀’은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것만이 뮤지컬의 기능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한다. 현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가장 시적인 현대 뮤지컬이라고 단언했다. 2016년 3월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다이애나 박칼린·정영주, 댄 남경주·이정열, 게이브 최재림·서경수, 나탈리 오소연·전성민·전예지, 헨이 안재영·백형훈, 의사 임현수. 프로듀서 박용호·유주영, 연출 변정주. 러닝타임 14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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