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대표적 지성인 신영복(75)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별세했다.15일 성공회대에 따르면, 신 교수는 이날 오후 9시30분께 서울 목동 자택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신 교수는 희귀 피부암으로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 한 달 전께부터 자택에서 지내왔다. 20년 넘게 감옥생활을 하며 고초를 겪은 신 교수는 최근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에 따르면, 고인은 진통제인 모르핀이 듣지 않을 정도로 병세가 크게 악화되자 스스로 곡기를 열흘 정도 끊었다. 경남 밀양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근무하던 1968년 ‘통일혁명당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여 간 옥고를 치른 뒤 1988년 가석방됐다. 출소 후 고인은 수감 생활을 하며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수감 중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책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고인은 1989년부터 성공회대 강단에 섰으며 2004년 학내 ‘고전 강독’ 강좌 내용을 정리한 ‘강의’를 펴냈다. 2006년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했으며 ‘처음처럼’, ‘담론’ 등을 내놓으며 이 시대의 대표적 지성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신영복체’ ‘어깨동무체’ 등으로 불리는 글씨체로도 잘 알려졌다. 고인이 교도소에서 지은 시 제목과 서체를 그대로 가져온 소주 ‘처음처럼’은 주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고인의 글씨체는 관공서, 기업 등의 건물 현판에도 올라갔다.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고인의 시신은 현재 서울 목동 이대병원에 안치됐으며 16일 성공회대로 운구될 예정이다. 장례는 이 대학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16일 오후 2시 학내 성당에 마련될 예정이다. 발인은 18일 오전 11시 같은 곳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