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칼럼니스트 사카이 준코(50)의 ‘책이 너무 많아’가 번역 출간됐다. 8년 반에 걸쳐 쓴 그녀의 책 역사가 담겼다. 사카이 준코가 읽은 (또는 잊어버린) 수많은 책에 대한 산문이다. 단순히 정보만 건조하게 나열하지 않고,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 자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다 잠들어도 괜찮다”, “중간에 덮어버려도 좋다”, “잡지든, 만화든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잠시라도 읽는 즐거움에 빠지면 그대로 좋다”며 걱정 없는 독서를 추천한다. 마음대로 읽고 쓰는 기쁨은 ‘책과 나’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게 도와주고, ‘나’에 대해 스스로 탐구할 실마리를 얻게 한다는 것.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필치가 변해가는 모습도 느낄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의 호흡은 점점 길어지고, 다루는 세계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능숙해진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일을 겪으며 생긴 작가 내면의 굴곡이 담겨있다.역사, 여행, 도시, 종교, SM, 결박사, 연예인, 매춘, 주부, 여성, 가족, 만화, 가부키…. 사카이 준코의 관심사는 ‘현재’에 대한 거의 모든 주제를 아우른다. 양지로 끌고 와서 이야기하기 부끄러운, 하지만 정말 궁금한 밤의 이야기, 모르는 척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마음먹고 당당하게 입 밖으로 꺼내며 후련해한다. 옮긴이 김수희는 “이 모든 것을 단 한 권에 담아내다니. 이 모든 세상 구경을 단 한 권으로 다 할 수 있다니”라며 “복권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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