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막판까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떠넘기기를 하면서 결국 우려하던 보육대란이 현실로 눈앞에 닥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관계자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은 서울과 경기, 광주와 전남 등 4개 시·도는 당장 교사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유치원은 간식을 줄이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관계자들에게 갈 전망이다. ▣ “내 월급 어떻게 해”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성령(52·여)씨는 당장 이번 달 25일 교사들의 월급날이 걱정이다. 이씨는 “누리과정 예산 결과에 따라 월급을 늦게 줘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지만 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면서 “원장도, 교사도 모두 이 문제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것만으로도 업무에 차질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교사와 원장 간의 갈등까지 이어질까 걱정”이라면서 “하루빨리 정확한 지침이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 김소정(25·여)씨는 보육대란에 대해 “그간 말들이 너무 많아 피로감이 크다”면서도 “당장 이번 달 월급이 문제가 되니 이제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김씨는 “안 그래도 박봉인 월급이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해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100%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직업을 유지해야 하나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면서 “그래도 가장 미안한 건 아이들과 그 학부모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나”라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A(34·여)씨 역시 누리과정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불안한 뜻을 밝혔다. A씨는 “부모님들이 입학을 예정해뒀다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인해 취소해 결원이 생기는 등 현장에서 차질이 크다”면서 “문의전화가 쇄도해 정작 돌봐야 할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등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 “우리 애는 어떻게 해”학부모들 역시 지속된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해 피로감을 보이면서도 아이들과 교사들에 대해 한목소리로 걱정했다. 민간 어린이집에 6세짜리 둘째 아이를 맡기고 있는 직장인 박모(37·여)씨는 “우리가 먼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미 수없는 파업 등으로 인해 피로감이 높지만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해 보면 국가 정책이 애초에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집 교사들이 혹시나 아이를 볼모로 ‘나쁜 사람’들로 언론에 비칠까 걱정”이라면서 “교사들은 부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립유치원 졸업반 아들을 둔 이모(36·여)씨는 “보육대란에 앞서 아이가 졸업해 다행”이라면서도 “유치원의 입장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에 유치원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의 연락처가 담겨 있는 누리과정 예산 관련 안내문을 보내왔다”면서 “탄원서를 제출하는 데 심적으로 충분히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4세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는 김모(33·여)씨는 “지금 당장 입학을 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6세 큰 애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이미 한바탕 난리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원금이 끊기는 마당에 아이 둘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다”면서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환경이 여의치 않아 큰일”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원상복구 촉구 집회를 열고 교육청과 시의회를 비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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