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는 6일부터 대체공휴일인 10일까지다. 하지만 우리에겐 익숙한 명절인 설이 다소 생소하거나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바로 타국인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는 외국인들이다.4일 다문화가족 설맞이 행사에서 만난 부이티흐엉(29·여·베트남)은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온지 2년째”라며 “베트남에서도 음력 1월1일 한국의 설과 같은 명절 ‘뗏’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면적이 넓고 고속도로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베트남은 명절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족전체가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는 “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떡국과 산적”이라며 “올해는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서 제사상 음식을 장만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설을 경험한다는 대학원생 세르게이(31·키르키즈스탄)는 “어학원에서 배운 제기차기와 윷놀이 등 전통놀이가 흥미로워 보였다”며 “연휴동안 전통놀이를 체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누르즈라고 불리는 설이 있는 키르키즈스탄은 명절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관습이 있다.그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어 떡국을 몇 그릇씩 먹는 설 풍경에 대해서도 흥미를 나타냈다. 한국에서 6년째 설을 보낸다는 키시 카나코(33·여·일본)는 이번 설에 한국 시댁에서 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설의 경우 일본 명절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한국이 설 명절 문화를 아끼고 전통을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카나코는 “일본에는 오쇼가츠라는 설 명절이 있다”며 “신사를 방문하고 가족과 주변 지인을 만나는 오쇼가츠에 비해 한국의 설에는 대가족이 모여 많은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고 설명했다.또 “한국은 명절에 여자들이 하는 일이 많아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남자들도 일을 좀 도우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미국에서 왔다는 섀년(26·여)은 “미국은 새해 첫날에 뉴이얼데이(new years day)라는 파티를 밤새 여는데 한국의 설날과 조금 다르다”고 했다.그는 “한국처럼 많은 친지들이 모이기보다는 이웃들과 함께 새로운 날을 축하하는 개념”이라며 “한국의 경우 특정일에 모든 국민이 함께 이동하는 것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중국인 장신유(23·여)는 한국의 명절 설은 중국의 춘절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력 1월1일 전후로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는 점과 세뱃돈을 주고받는 점이 같다”고 말했다,이어 “집 앞 대문에는 한자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고, 해가 뜰 때에는 일제히 폭죽을 터뜨린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지역에 따라 춘절이 보름 이상 지속되는 곳도 있지만, 한국은 이에 비해 다소 명절이 짧은 것 같다”며 “올해는 중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춘절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대구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인구는 지난해 1월 기준 3만7610여명으로, 2006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국적별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의 순이며, 이들은 주로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 유학 등을 위해 대구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오는 7-10일까지 달성군 현풍면과 서구 평리동 센터에서 이주민들을 위한 ‘설 명절 즐기기’ 행사를 연다. ▣인터뷰 “설날에 먹는 떡국이 제일 맛있어요”파키스탄인 말릭자베드아마드(51)와 방글라데시인 엠 디 마문 칸(31)은 한국의 설날이 낯설지 않다.이들은 설 연휴를 앞둔 4일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설 명절도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두 나라에는 ‘이드 울 피트르’와 ‘이드 울 하즈하’라는 명절이 있다. 말릭자베드아마드는 “’이드 울 피트르’는 라마단(한달 간 오전부터 오후까지 금식 기도)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해 하루 만에 끝나고, 약 40일 이후 더 큰 명절인 ‘이드 울 아즈하’가 3일 동안 열린다”고 설명했다.이 기간에는 양 나라 모두 명절 기간에 소나 양, 염소고기 등과 평소 자신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가족, 친척, 가난한 이웃들과 나눠 먹는 풍습이 있다.칸은 “이슬람국가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살아있는 소나 양 등의 목을 직접 베어 먹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축산기업중앙회로부터 도축 라이센스를 취득했다”고 웃어보였다.칸은 대전에서 8년째 여행사 대표를 맡고 있고, 말릭은 한국으로 귀화해 15년 동안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들이 설날에 한복을 입는 것처럼 우리도 남자는 ‘판자비’, ‘빨자마’를 입고, 여자는 ‘샬루아까미즈’와 ‘샤리’를 입는다”며 “옷이 집에 있어 직접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미소지었다.말릭도 “우리는 ‘실와그미즈’라는 전통의상이 있다”고 거들었다. 실와그미즈는 파키스탄인들이 즐겨 입는 옷이다. 특히 명절에는 옷을 새로 만들고, 여자 의상 같은 경우에 직접 더 화려하게 자수를 놓아 입는다.이들은 한국의 명절 전통 놀이인 술래잡기나 윷놀이처럼 자신들의 전통놀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말릭은 “한국의 술래잡기와 다르게 파키스탄 남자들은 속옷만 입은 채 술래잡기를 한다”며 “여자는 참여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칸은 “방글라데시에는 전통 놀이인 ‘끄람’이 있다”고 말했다.  ‘끄람’은 한국의 당구와 비슷한 게임으로 흰색과 검은색 말을 두고 4개의 구멍에 넣으면 1점을 얻는 방식이다. 4명이 2명씩 짝을 지어 먼저 29점을 낸 팀이 이긴다.그는 설명을 하던 중 “같이 한 게임 할래?”라며 웃었다.이들은 “한국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모두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 뵙고 성묘를 가는 등 가족, 친척들과 정을 나누는 문화가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세뱃돈을 받는 것 역시 한국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말릭은 “우리는 세뱃돈 개념은 없다. 단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다”며 “우리 딸들도 한국의 설만 되면 용돈을 달라며 애교를 부린다”고 웃었다.칸은 “한국의 세뱃돈을 방글라데시에서 ‘따까’라고 부른다. 남자는 목례를, 여자와 아이들끼리 서로를 안아주며 명절 인사를 나눈다”고 말했다.이들은 다가오는 한국의 설날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칸은 “이번 설은 연휴가 길어 친구들과 모여 우리의 전통 음식과 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밝게 웃었다.말릭 역시 “평소와 같이 이슬람 사원에 가서 기도를 한 뒤, 내 가게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파키스탄 음식인 ‘브레니’를 만들어 먹을 것”이라고 부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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