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9)의 20대는 치열하고 뜨거웠다. 세계를 돌며 사나흘이 멀다하고 협주곡을 연주하는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실내악·독주 무대도 있었다. 올해는 주미 강의 해라고 말해도 클래식 음악계에서 토를 달 사람이 없다. 2016년은 그녀가 연주를 시작한 지 25주년, 1996년 4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바로크합주단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하며 서울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주미 강은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이듬해 네 살, 최연소로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발레리 그라도프를 사사했고 이후 뤼베크 음대에서 자크하르 브론에게 배웠다. 일곱 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줄리아드에 입학해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열여섯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 김남윤 교수를 사사하며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당시 수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한국말을 제대로 배웠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 정서가 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한국 이미지를 드높인 공로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대표 최정화)이 선정한 ‘한국이미지 꽃돌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해외 활동을 하며 “한국인으로서 가지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며 작년 고국 무대에 대해서는 일종의 안식년을 보낸 그녀는 한국 무대에도 자주 오른다. 우선 예술의전당이 ‘월드 프리미어’ 시리즈로 1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클라라-주미 강 & 조나단 켈리 그리고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에 출연한다.  주미 강은 J S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과 오보에, 바이올린, 현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60, 비발디의 네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 F장조 RV 567, ‘사계’ 중 ‘겨울’을  협연한다.3월11일에는 프랑스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이후 독일 최고(最古)의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4월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첫 내한공연에 협연자로 나선다.4월30일은 주미 강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통해 서울에 데뷔한 바로 그날이다. “무대에 올라간 순간은 생각 나지 않는다. 리허설 장면과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대기실에서 기다렸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그러면서 예술의전당 자료실에서 찾았다며 턱시도를 입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드레스가 아닌 턱시도를 입은 어린 주미 강은 그때도 예쁘고 귀여웠다.주미 강과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협연이 또 눈길을 끄는 것은 2014년 쾰른 체임버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대표적인 친한파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봉을 잡기 때문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의 포펜은 바이올린 독주자를 시작으로 듀오, 트리오, 4중주의 리더와 체임버 오케스트라, 풀편성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음악감독)로 음악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자벨 파우스트, 베로니카 에베를레 등 세계를 주름잡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력을 다듬었다. 주미 강은 그의 제자다. 한국의 현악4주중단 ‘노부스 콰르텟’도 그에게 가르침을 받았다.주미 강이 포펜과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건 처음이다. 더구나 서정성을 뽐낼 수 있는 멘델스존 협주곡과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무대에서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모차트르는 선생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신있는 것이 모차르트였는데 콩쿠르에서는 많이 하지 않았다.”그런데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과 동시에 다섯 개의 특별상을 수상했을 때,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 입상과 함께 심사위원 특별상 받았을 때 모차르트 5번이 그녀와 함께 했다. 사실 ‘세계 3대 콩쿠르’로 통하는 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과를 두고 곳곳에서 많은 시비가 있었다. 콩쿠르 조직위원장이었던 발레리 게르기에프는 “의견이 많이 엇갈렸다. 더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다 주미 강은 모스크바의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였다”고 말했다. 주미 강은 벌써부터 어떤 한 작곡가 또는 특정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클래식음악 연주자라면, 모든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야 한다. 물론 좋아하는 작곡가는 있을 수 있다. 근데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 마흔살 등 특정 나이가 넘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을 다른 분들이 알아봐줄 거라 믿는다. 그전까지는 여러 작곡가를 계속 공부하면서 연주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클래식 음악은 평생을 공부해도 모자라다는 마음이다. “다음달에 서울시향과 생상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데, 작년 2월 협연했던 거랑은 또 다르더라. 그러니 클래식음악을 대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주미 강은 25-2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과 용평리조트 그랜드볼룸에서 펼쳐지는 평창 겨울음악제에도 출연한다. 아시아적 음악축제로 성장한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겨울버전이다. 26, 27일 꾸며지는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들의 무대에 오른다. 주미 강을 비롯해 2015년 전체 그랑프리이자 성악 1위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첼로 1위 안드레이 이오누트 이오니처, 첼로 5위 강승민, 피아노 4위이자 모스크바 평론가협회 투표 최고상 수상자인 뤼카 드바르그가 무대에 오른다. 주미 강은 26일 이오니처, 드바르그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A단조 op.50, 27일 이오니처와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A단조 op. 102를 연주한다.  “예술가의 인생을 다룬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를 좋아한다. 그 곡이 그렇게 가슴 아플 수가 없더라. 좋으면서 행복하기도 한데 아프고 설레인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해 내가 이끌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좋은 연주를 하고 싶다”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러시아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은 주미 강은 올해 발레리 게르기예프, 기돈 크레머 등과 협연한다. 9, 10월께 국내에서 새 앨범도 낼 계획이다. 독일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곡들을 사이좋게 싣는다. 세 사람은 삼각 관계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사이다. 클라라와 로베르트는 부부였다. 브람스에게는 클라라는 영원한 플라토닉 러브의 상대였다. 클라라를 만난 후 브람스는 독신으로 살았다. 로베르트가 숨을 먼저 거둔 뒤에도 마찬가지였다.클라라 주미 강의 클라라는 이 클라라에게서 따온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클라라 슈만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슈만 소나타 전곡을 지난해 11월 녹음하려고 했는데, 나도 그렇고 같이 하는 (주미 강과 친한) 손열음도 바빠서 미뤄졌다. 그런데 슈만 전곡 녹음 대신 지금의 구성을 택한 건 슈만 소나타 3번을 라이브로 연주해본 적이 없어서다. 그 부분이 아쉽지만 슈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예술의전당은 이번 월드 프리미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바이올린 퀸 클라라 주미 강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주미 강은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엑스-묄러’를 사용하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져 숨을 쉬는 듯한 바이올린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주미 강은 이번에도 역시 ‘디바’라 지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의 가운데 알파벳 4글자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주미 강도 바이올린계의 디바다.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 ‘클라라-주미 강 & 조나단 켈리 그리고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 3만-14만원 예술의전당 SAC 티켓 02-580-1300, ‘리오넬 브랑기에와 클라라 주미 강’ 서울시향 1588-1210,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4만-13만원. 세나. 02-552-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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