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비판을 학술토론으로 해결하지 않고, 사법부가 나서서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후진적 행태다. 유신 때는 물론 일제강점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역사학자 이덕일(55)씨가 김현구(72) 교수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일 김현구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명예교수를 식민사학자라고 주장해 기소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2014년 9월 이 소장은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라는 저서에서 김 교수의 저서 ‘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를 식민사학이라고 규정했다. 임나일본부설은 그동안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략행위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그러자 김 교수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소장을 형사 고소하고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학계 원로 시민모임은 “학자가 고소를 한 것도 학문원칙에 위배되는 것인데 사법부가 나서서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못한다”며 “헌법에 보장된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기에 사회 각계인사들이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모임’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박유하 교수 사건과 비교하며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이덕일 소장은 전문 학자인 김현구 교수를 비판했다. 즉, 이 소장 사건은 학자 대 학자의 구도이다. 김현구씨는 학자 본연의 자세에 맞게 얼마든지 논문이나 책을 통해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실례로 그간 여러 학자들이 이 소장을 실명으로 비판했지만 이 소장은 단 한 번도 법에 호소하지 않았다”고 짚었다.“검찰 공소장과 법원의 판결문을 읽어본 우리는 막막함을 느낀다. 공소장과 판결문은 결국 역사논쟁을 하자는 것인데, 왜 하필 역사논쟁의 장이 재판정이어야 하는가? 중세 마녀사냥과 무엇이 다른가? 전 세계 모든 문명국가, 아니 짐바브웨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런 문제를 법정에서 판단하지는 않는다”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공론의 장도 만들 것이라며 “이 자리는 김현구씨와 그 견해에 찬성하는 학자들은 물론 김현구씨의 견해에 반대하는 학자들에게도 폭넓게 개방될 것이고, 이 사건에 관여했던 판·검사들에게도 개방될 것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 바란다”고 전했다.서명 교수들은 김명호(성공회대 교수, 사학 ‘중국인이야기’ 저자), 김태동(성균관대 명예교수,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경제학), 김성국(부산대 명예교수, 전 한국사회학회장), 나종일(가천대 석좌교수, 전 주영·주일대사, 정치학), 박정신(전 오클라호마대 종신교수, 사학), 석희태(연세대 의대초빙교수, 전 경기대법대교수, 교수신문 편집인, 법학), 안춘배(전 부산시 문화재위원장, 고고학), 윤덕홍(전 대구대총장,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교육학), 이장희(외국어대 명예교수, 법학), 이상설(전 한양대 공대학장, 공학)씨 등 5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