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장애인 전문교육에 힘써온 ‘대구미래대학교’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서 E등급을 받아 폐교의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지난달 25일 대구미래대 교수와 학부모들이 교육부를 방문, 타당하지 못한 교육부의 대학구조평가를 질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장애인들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학과 동등한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일각에선 교직원들의 임금이 장기간 체불되는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특수직업재활과 등 상당수의 학과에서 80% 이상의 취업률을 올리는 성과를 보이고 있어 오히려 높은 평가를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대구미래대 박정우 특수직업재활과 교수는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우선으로 하는 대학교임에도 다른 대학과 똑같은 수준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교육부의 탁상공론으로 빚어진 형식적인 평가에 대구미래대학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장애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맞지 않다”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대구미래대학교의 재평가를 실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특성화 대학 ‘대구미래대’… 평가는?지난 1월 15일 대구미래대 전 이사장과 현 총장이 상습적인 임금체불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대학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더욱이 대구미래대는 지난해 8월 31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아 올해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은 물론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도 전면 제한돼 학교 정상화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경영에 정부의 각종 지원금마저 끊기게 되면서 폐교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각종 지표에서도 대구미래대의 위기는 드러난다.대학 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대구미래대는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이 2015학년도 82.6%에 머물렀다. 모집인원을 2013학년도(1천40명)의 절반 이하인 500명으로 감축했지만, 정원을 채우지는 못했다. 전임교원 확보율 64.9%, 전임교원 1인당 논문 발표건수 0.0833편 등 대부분의 지표가 전국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하지만 박정우 특수재활과 교수는 이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장애인 특성화 대학으로서의 평가가 이뤄져야함에도 다른 대학과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 이유였다.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 학사 관리, 교육 과정, 학생 지원, 교육 성과, 특성화 등의 지표를 토대로 고등 교육 기관으로서 갖춰야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그러나 이에 대한 구분은 일반대, 산업대, 전문대가 전부일 뿐 특성화 대학으로서의 구분은 없는 실정이다. 즉 교육 여건, 교육 과정, 교육성과 등 평가조항의 상당 부분이 일반대학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오히려 대구미래대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졸업생 중 80%가 넘는 장애학생들을 취업시키는 등 일반 대학에선 불가능할 성과를 올렸다.박정우 교수는 “대구미래대는 앞으로도 장애인의 성공의 도약인 취업의 발판으로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미래대의 이런 꿈을 일반 대학과의 동등한 평가로 막는다는 것은 결국 사회적인 큰 손실이다”고 강조했다.- “학교 폐교, 목숨 걸고 막겠다”지난달 25일 대구미래대 특수직업재활과 총학생회 및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관련, 교육부 신청사 앞에서 장애학생 학부모회, 한국농아인협회 경북경산지부 등과 함께 교육부의 재정지원대학 지정에 대한 유감표명 성명서 발표 및 피켓시위를 펼쳤다.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는 대구미래대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재정지원제한대학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대학 구조조정 대상으로 대구미래대를 지정, 폐교조치에 대한 협박을 서슴치 않고 있다”며 “이와 같은 교육부의 조치는 대구미래대가 장애학생 위주의 특성화된 교육기관이란 점을 전혀 도외시한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규탄했다.이어 “가난한 일상 속에서도 자립의 희망을 키우던 다수 장애 학생들이 꿈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가족들 역시 오직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싶었던 자식의 좌절에 자신들의 인생마저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아울러 “아이를 대구미래대에 보내고 처음으로 미장원을 다녀왔다는 어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신이 장애 언니를 평생 돌봐야 되느냐고 묻는 어린 딸의 물음에 가슴이 무너졌다는 아버지, 그들의 절박하고도 애절한 삶에 대해서 교육부와 우리 사회는 한번이라도 돌아 본 일이 있느냐”며 “교육부가 기존의 ‘성과위주’의 평가 잣대를 버리고, 장애학생 교육기관으로서의 대구미래대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이상원 학부모 회장은 “대구미래대 장애학생의 상당수는 중증 장애인들로, 이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는 국내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며 “대구미래대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다른 일반 대학과 비교했을 때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유인데도 이를 원인으로 두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대구미래대 김기주 특수직업재활과 교수(장애학생지원센터 소장)는 “대구미래대는 장애학생과 관련, 그동안 반값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거의 무상으로 교육을 시켜왔다”며 “장애학생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교육부의 지원이 끊기면 대학 생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미래대는 장애학생의 특성화 교육에 맞춰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가 폐교되면 혼자서의 자취는 불가능해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장애학생들의 취업은 힘들 수밖에 없을뿐더러 나아가 이들의 가족들 역시 장애를 지닌 자식의 수발을 들기 위해 사회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한편 이들은 성명서 발표 후 교육부 관계자들과 대면하려고 했으나 교육부 관계자들은 자리를 회피, 결국 만나지 못한 채 학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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