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샘터와 켄터키 사잇길로 100미터’. 가수 김광석(1964-1996)이 1991년 10월 가을에 학전에서 연 콘서트 포스터 하단에 적힌 글귀다. 김광석은 그해부터 1995년까지 학전 소극장 블루에서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어 1000회를 넘기는 금자탑을 쌓았다. 당시 ‘또 해’라는 별명이 붙은 김광석은 잠잠하던 대학로 라이브 공연을 활성화시킨 주인공이었다. 현재 대학로는 소극장 뮤지컬, 연극의 요충지다. 대중음악을 위한 라이브 공연은 가뭄에 콩 나듯하다. 대학로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로 김광석이 돌아왔다. 그의 20주기를 맞아 ‘김광석을 보다 전(展); 만나다·듣다·그리다’가 펼쳐지고 있다. 1일 개막한 이 전시는 유족과 지인, 팬들에게서 제공받은 유품 300여점을 선보인다.김광석을 좋아한 이들에게는 선물 같은 전시회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숨겨져 있던 것을 재발견하는 재미 또는 그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곳곳에 가득하다. 1992년 방송된 SBS TV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의 주제가는 조갑경의 목소리로 기억되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비디오판을 김광석이 불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몇년 동안 대학로에서는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을 통해 그의 노래가 계속 울려퍼졌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연출 김명훈), ‘그날들’(연출 장유정),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연출 장진), ‘그 여름, 동물원’(연출 박경찬) 등 그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등이 잇따라 공연됐다. 특히 ‘동물원’ 시절의 김광석을 다룬 ‘그 여름, 동물원’은 그의 사실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음악만 하고 싶어하던 그가 음악을 병행하고자 했던 멤버들과 갈등을 겪은 일을 다루는데 이번 전시의 섹션 1 ‘젊은 날의 꿈이여’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서른 세살의 ‘영원한 청춘’ 김광석은 마흔살이 되면 오토바이 하나 사서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바랐는데 팬이 그의 꿈을 위해 전시 기간 동안 대여해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당당히 놓여 있기도 하다. 앞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서 김광석의 노래와 육성, 모습이 흘러나오기도 했는데 이곳에서는 원 없이 들을 수 있다. 김광석의 육성으로 제작된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메모광이던 김광석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모두 8개 관으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솔로 앨범 등이 연대기 순으로 나열돼 걷다보면 그의 음악인생이 한 눈에 들어온다. 7관 트리뷰트관에서는 이외수, 이종구, 김기라, 최루시아 등 미술 작가들의 헌정 예술작품이 내걸렸다.이번 전시기획자이자 김광석과 친했던 이택희 화백은 “광석이의 음악과 광석이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에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를 만나고, 그의 음악을 듣고 위로받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8관 고리카페에서는 이번 전시를 함께 하고자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정기 토크콘서트도 진행한다. 8일 JTCB ‘히든 싱어’ 김광석 편의 준우승자 최승열, 15일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 김현성, 22일 장기 공연 ‘김광석을 노래하다’를 진행해온 가수 채환, 29일 책 ‘김광석 포에버’를 쓴 작가 구자형 등이 출연한다. 석달동안 후배뮤지션들이 매달 한 곡씩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뮤지컬배우 오만석과 피터팬컴플렉스, 위아더나잇, 싱어송라이터 램즈가 참여한다. 전시의 하나로 ‘김광석 20주기 추모 다시부르기Ⅰ&Ⅱ’ LP 헌정판-아트컬렉터스 에디션이 발매됐다. 일부 수익금은 젊은날의 꿈을 키워가는 신인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성인 1만2000원, 중·고생 1만원, 유아·초등생 8000원. www.김광석을보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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