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이강백(69)씨의 동명 신작 희곡이 바탕인 연극 ‘심청’이 초연한다.판소리 ‘심청가’를 다른 관점에서 살폈다. 익히 알려진 주제인 효 대신 죽음이라는 관점으로 작품을 재해석한다. 이 작가의 ‘심청’의 주인공은 그래서 심청이 아닌 ‘간난’과 ‘선주’다. 간난은 심청이처럼 제물로 팔려왔고, 선주는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마지막 심청인 간난을 바다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는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어느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된 선주.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 가마에 사왔지만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지극정성 간난을 보좌하지만 소용없는 일. 설상가상, 세 아들은 간난을 설득하는 자식에게 선주 자리를 맡기라 한다. 간난이 가엾어진 선주는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게 된다. 이 작가는 지난 40여년 동안 ‘파수꾼’, ‘결혼’, ‘북어대가리’ 등의 희곡으로 연극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심청전을 읽으면 읽을수록 선주가 쓴 것 같다”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심청전을 널리 퍼트린 장본인은 선주이리라. 그래야 해마다 제물로 바칠 처녀를 쉽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그런데 선주도 죽는다. 제물을 많이 바쳤다고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제물과 제물을 바치는 자에게 죽음은 공평하게 찾아온다. 관객 여러분은 바로 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가 ‘심청가’를 모티프로 삼은 까닭은 극의 전개에 음악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판소리 ‘심청가’, 시조창 등이 극의 원동력이 된다. 고수가 등장해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7일부터 5월 22일까지 대학로 나온시어터. 배우 송흥진, 정새별, 박인지. 러닝타임 110분. 3만원. K아트플래닛. 02-742-7563 한편 이 작가의 대표작인 연극 ‘황색여관’(연출 구태환·15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9년 만에 돌아온다. 황색여관의 주인과 아내, 주방장과 처제, 손님들의 이야기다. 2007년 초연 당시 인간 내면의 탐욕과 공격성을 냉소적으로 그려 호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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