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성 같은 한국 근현대 문학의 거장들의 대표작 초간본이 한자리에 모인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19일부터 6월19일까지 은평마당에서 2016 기획특별전 ‘한국문학 속의 은평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은평구 기자촌 내 한국근대문학관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의 일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내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 서북부에 위치한 은평구는 예부터 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곳이다. 북한산 기슭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이 증언한 대표적인 화엄사상의 10찰 ‘청담사’터가 발굴됐다. 조선 최고의 문화군주였던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을 위한 독서당을 세우고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등이 학문을 닦았던 천년 고찰 진관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은평구에는 분단전후 한국대표문인들의 주 활동무대로 지역 곳곳에 문인들 발자취가 남아있다. 녹번동에 위치한 정지용 초당(草堂)은 1948년부터 1950년 정지용이 납북되기 이전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또한 신사동에 위치한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숭실중·고등학교(전신 숭실학교)는 윤동주가 재학중이던 1938년 일제의 신사참배 거부로 강제 폐교되는 일이 발생한 곳이다. 이 사건은 시인의 저항의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숭실학교는 윤동주 외 시인 김현승, 소설가 황순원, 김동인, 주요섭,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등 우리 문학의 선구자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은평구는 1980·90년대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었다. 1987년 문학지에 실린 문인주소록을 기준으로 나온 통계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거주했던 문학인 1428명 중 97명이 은평구에 살았다. 이호철의 ‘문’이나 정대구의 ‘수색동하늘’, 이유경의 ‘구파발 연시’ 등은 문학적 장소로서의 은평을 새롭게 환기시켰다. 이같은 내력을 배경으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이번 전시회에서 은평구가 갖고 있는 문학적 자산을 모두 펼쳐보인다. 해방 이전 은평에서 활동했던 작가 정지용을 필두로 숭실학당(윤동주, 김동인, 황순원) 출신 문인들의 희귀 초간본을 소개한다. 이어 80년대 은평클럽과 우리나라 분단문학의 양대 산맥이라 평가받는 이호철·최인훈 작가의 대표작품 초간본을 모두 모아 공개한다. 또한 기자촌 조성 배경과 함께 기자출신 문인으로 김광주·김훈의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작가의 서재’ 코너에서는 신달자, 복거일, 신경숙, 김원일, 박범신, 이근배, 김지연 등 100여명의 은평문인과 은평문학의 실재인 700여종의 초간본을 국내 최초로 동시에 소개한다.정지용 시인의 정지용시집(1935)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년), 최인훈 소설가의 ‘광장(1961), 김동인 소설가의 ‘감자’(1935) 황순원 소설가의 ‘곡예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문학 속의 은평전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55m 벽에 은평 출신 문학인의 벽을 조성했다. 작가 100 여명의 약력, 주요 작품, 얼굴 사진을 패널로 제작해 소개하고 박물관 건물 기둥 5개를 활용해서 은평 출신 5인의 작가(정지용, 이호철, 최인훈, 신달자, 김훈)의 약력과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최초의 무협소설 ‘정협지’의 작가 김광주와 그의 아들 소설가 김훈의 작품 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은평구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준비했다. 소설가 이호철 선생의 토크콘서트가 23일 토요일 오후 3시~5시까지 은평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에서 진행된다. 김훈 초청 토크 콘서트는 5월 7일 토요일 오후 3시~5시까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은평마당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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