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가 10억원에 나온 ‘삼국유사’ 권3-5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1512년(중종 7) 경주부윤(慶州府尹) 이계복(李繼福)이 펴낸 목판본인 ‘삼국유사’ 정덕본(正德本)으로 올해를 포함해 세번째 경매시장에 나왔다. 23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 인사문화고전중심에서 열린 제37회 화봉현장경매에서 10억원에 경매가 시작됐으나 유찰됐다. 화봉문고 여승구 대표는 뉴시스에 “감정가는 15억원에 달한다”며 “단군의 기록이 수록된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역사사다. 개인적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 중인 ‘훈민정음해례본’을 제하고 삼국유사는 고서 중 톱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유찰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 “도록을 5000부 만들어 대학과 박물관, 300개 기업에 보냈다. 요즘 회화나 도자기 등 골동품 중에서 가짜가 많다보니 큰손들이 인사동을 떠난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출품된 ‘삼국유사’는 소장자가 수십 년에 걸쳐 소장해온 고서로 문화재청에 도난신고가 안 돼 있는 깨끗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삼국유사’ 목판 최초 인쇄본(권2 기이편)을 은닉해온 문화재 매매업자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의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도난당한 ‘삼국유사’를 17년 만에 찾았으나 장물업자만 검거됐다. ‘삼국유사’는 현재 남아있는 책이 드물며 대부분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 지정문화재로 알려진 삼국유사는 △곽영대 소장본 권3-5(국보 제306-1호) △조동기· 조성은·조영기·조왕기가 소유한 성암본(誠庵本) 권2(보물 제419-2호) △부산 범어사 소유 권4-5(보물 제419-3호) △고려대 소유 정덕본 권3-5(보물 제419-4호) △연세대학교 소유 권1-2(보물 제1866호)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5권2책(국보 제306-2호) 등이다. 서울대 소유 ‘삼국유사’는 이계복이 중간(重刊)한 목판본으로 ‘중종임신본(中宗壬申本)’, 또는 ‘정덕본’이라고 부른다. 경매에 나오는 삼국유사도 정덕본으로 권3 흥법(興法)·탑상(塔像), 권4 의해(義解), 권5 신주(神呪)·감통(感通)·피은(避隱)·효선(孝善) 등으로 구성됐다. 권5의 마지막 부분에 이계복의 발문이 남아 있다. 이날 경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백범 김구에게 1940년 2월 2일 보낸 편지는 1000만원에 팔렸다. 1926년 발행된 육당 최남선의 시조집인 ‘백팔번뇌’도 1000만원에 낙찰됐다. 이광수의 문단생활 30년을 기념해 나온 ‘춘원시가집’은 9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반면 시작가 2000만원에 나온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기념 기조연설 원본 단행본은 유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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