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느껴지던 피아노 연주를 배틀 형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2개의 무대가 찾아온다. 피아니스트와 로봇이 맞서는 ‘사람 vs 로봇 피아노 배틀’과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대결하는 ‘피아노 배틀’이다. ▣ 사람 vs 로봇 피아노 배틀성남문화재단이 공연사업의 교육적 확대를 위해 경기도성남교육지원청과 손잡고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 이후 로봇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주목도 역시 늘었다. 16-20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성남지역 초등학교 6학년 9000명이 대상으로 총 9회 공연은 모두 팔렸다.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와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가 맞대결한다. 프로세다는 감각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연주자다. 그가 트로니코의 섬세하고 정확한 연주에 맞서 얼마큼 예술가 감성을 발휘하느냐가 관심사다. 트로니코는 53개 손가락으로 1000곡 이상의 작품을 연주한다. 이미 로봇 또는 기계 장치로 연주하는 무대는 지속해서 선보였다. 천재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헝클어진 머리의 재즈 거장 팻 메스니는 2010년 내한무대에서 오케스트리온(Orchestrion)을 선사했다.미리 입력된 기계적 장치에 따라 자동으로 악기가 연주되는 시스템이다. 뚜껑을 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도 오케스트리온의 일종이다. 사람이 연주하기 힘든 영역의 하모니를 정교하게 구현한다.하지만 음악에서 정확함은 필요조건이 될 수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연주자의 감성과 해석이 가미될 때 비로소 저마다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메시니 역시 당시 어쿠스틱한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미술, 무용 등의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발레의 대명사 격인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직후 열린 시즌 간담회에서 “혼, 필링, 터치, 스킨십이 없어지면 로봇이 된다”며 “음악이나 무용, 발레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우리는 인간’이라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사람 VS 사람의 ‘피아노 배틀’ 지난해 5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맞대결한 ‘피아노 검투사’인 독일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컨(Andreas Kern)과 폴 시비스(Paul Cibis)가 6월8일 같은 장소에서 재대결한다. ‘피아노 배틀’하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 떠오른다. 쇼팽의 에튀드(연습곡) 5번 G플랫 장조 ‘흑건’ 등으로 피아노 실력을 겨루는데 학생들의 대결이지만 긴장감이 넘치고 감탄이 나온다. 컨과 시비스의 ‘피아노 배틀’은 한층 더 다이내믹하고 유머러스하다. 서로 공격적이나 할퀴는 것이 아닌, 재치 있게 물고늘어지는 것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해 컨이 8세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하자, 시비스가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유급을 당한 것이냐 놀리면서 응수한다. 시비스가 스승과 주고받았던 철학적인 이야기를 전하자, 컨은 그 사이 자신은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했다며 맞받아쳤다. 청중이 심사위원이 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프로그램을 알지 못한 채 공연장에 입장하는 청중은 컨과 시비스의 대결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앞과 뒤가 흑과 백으로 표시된 투표용지를 들어 바로 승자를 가려낸다. 피아노 거장의 아우라가 풍기는 무대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이처럼 측면을 건드려 클래식의 맛을 알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무대다. 클래식 음악의 기품, 록의 흥분, 힙합의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낸다.지난 무대의 승자는 네 개 라운드를 거머쥔 백의 컨. 그러나 패자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벌인 사인회에서 두 사람 모두 ‘아이돌 스타’를 방불케 했다. 4-10만원. 스톰프뮤직. 02-265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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