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는 인간의 주의력과 고정관념에 관한 실험을 실시하였다. 참가자들에게 “흰 옷을 입은 3명의 여성이 공을 서로 주고 받는 횟수를 맞춰보라”는 문제를 내어 집중하게 한 다음 그 여성들 사이로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가게 한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가자들 중 당연히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을 보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험 결과 참가자의 절반은 고릴라를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했다. 이 실험과 범죄 피해자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전통적 형사사법체계에서 피해자는 제3자적 지위에 머물러 왔으며 경찰의 목적과 역할은 범인 잘 잡는 게 전부라고 생각되어 왔다. 물론, 경찰은 범인을 잘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범죄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피해회복에 있다. 위 실험에서와 같이 공을 주고받는 횟수에만 치중하다보면 고릴라는 지나쳐버릴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 많은 경찰관들이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서 노력해 왔고, 우리경찰에서는 지난해부터는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는,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서기에 이르렀다.먼저 경찰청에 피해자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피해자보호담당관실을 신설하고, 경찰서에는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조직적으로 체계를 갖추었으며, 피해자의 권리 및 다양한 지원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하고, 피해자의 경제적·심리적 지원에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피해자 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등 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모두가 보지 못한 고릴라처럼 피해자들의 아픔이 쉽게 간과되고 있지 않은지? 피해자들의 회복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고, 경찰이 범죄피해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는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알찬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어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가정이 주는 평안함을 느껴도 보지만, 일부 소외되거나 범죄로부터 피해를 입은 계층이나 가정들에겐 아픔의 계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가정이란 행복과 안락함을 주고 이를 나누는 곳이기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 우리경찰은 오늘도 밤낮없이 뛰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범죄로부터 피해를 입은 소외된 가정들에게도 더불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다같이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