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데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28)의 공이 크다. 이번에 한 작가와 스미스에게 공동으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거머쥐게 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는 시적이고 몽환적인 언어가 다분하다. 2007년 출판사 창비를 통해 출간된 이후 한국 독자에게도 난해한 소설로 꼽혀왔다. 스미스는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Portobello) 출판사를 통해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본을 출간했다. 그런데 그녀가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운 건 7년에 불과하다.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 영문학 전공 후 비로소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접했다.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신비스럽고, 그래서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 스미스는 런던대학교 SOAS의 한국학 석사과정을 시작했다.스미스가 느낀 한국에 대한 신비스런 매력이 ‘채식주의자’가 지니고 있던 시적인 언어, 몽환성과 맞물리며 극적인 번역 효과를 낸 셈이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인 보이드 톤킨은 ‘채식주의자’의 영어번역판을 “놀라운 번역”으로 평했다. “작가와 번역작가를 완전히 동등하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기묘하면서도 뛰어난 ‘채식주의자’가 영어에 들어맞는 목소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문화와 전혀 연관이 없었다.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 한국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었던 것같다. 하지만 나는 독서와 글쓰기가 합쳐진 번역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한국문학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번역가의 양성과 확보”라며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이 번역가에게 작가와 동일한 상금과 대우를 하는 것은 그만큼 번역이 어렵고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실제 2005년 신설된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부문은 원작의 언어와 상관 없이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올해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했다. 영어로 번역,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 그 첫 해에 한 작가가 상을 받아 의미가 크다. 스미스는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춘 번역가이기도 하다. 박사과정을 끝낸 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언어로 쓰인 소설을 영역으로 출간하는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를 설립, 연간 대략 네 편의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출판사는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을 체결, 한국문학 3종을 시리즈로 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시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가독성이 뛰어난 원어민 전담 번역가들을 통해 작품성을 획득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며 “한국문학 전문가 양성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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