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문제 없다…콘셉트 확실하면, 미술계 관행”

‘대작(代作)’ 논란이 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의 ‘화투그림’은 관행일까, 사기일까.일단, 진중권(53) 동양대 교수의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 맡기는 게 일반화한 관행”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국내 유명화가들도 조수를 두고, 작품을 제작한다.진 교수 말처럼 앤디 워홀은 ‘나는 그림 같은 거 직접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미니멀리스트나 개념미술가들도 실행은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긴다.핵심은 ‘콘셉트’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에 따라 접근방법이 달라진다고 했다.진 교수는 “콘셉트를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문제 없지만,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라고 했다. 한 미술평론가는 “조영남 대작은 법적 문제는 될 게 없다”며 “작가의 작품이 어떤 콘셉트로 제작됐는지가 중요하지, 제작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특히 조영남이 콘셉트(아이디어)를 제공, 제작의뢰를 했고 완성된 그림을 보고 마지막으로 사인했기에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그는 “예술가의 정체성이 담긴 개념적 콘셉트는 건축물의 설계도, 연주되는 곡의 악보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미술계는 이를 계기로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 인식의 확산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유통수단의 완성된 상품으로써의 작품을 넘어 예술가의 창의적 발상과 콘셉트부터 저작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다만, 작품당 대가로 10만원을 지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진중권 교수 역시 ‘작품 땅 공임 10만원’을 문제 삼았다. 너무 저렴했다는 지적이다.앞서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화가 송모(60)씨가 2009년부터 8년간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려줬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이 그림들은 송씨가 90％ 정도 그린 뒤 조씨가 손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송씨는 조영남에게 1점당 10만 원 안팎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조영남은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그는 “작품의 90% 이상을 송씨가 그려줬지만, 이는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조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