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안동 하회마을과 경북도청 신청사를 찾아 TK(대구경북)지역에서 사실상 대권 행보에 준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하회마을 찾아 류성룡 정신 강조이날 낮 12시50분께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한 반 총장은 가장 먼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친형인 류운룡의 고택인 양진당(養眞堂·보물 306호)을 찾은 뒤 류성룡 선생의 자택 충효당(忠孝堂·보물 414호)에서 기념식수를 했다. 이날 반 총장의 기념식수는 김관용 경북지사, 부인 유순택 여사가 삽으로 흙을 퍼 미리 심어놓은 주목 밑동 주변을 덮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반 총장이 이날 식수한 나무는 주목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붉은 나무 주목은 나무 중의 제왕으로 4계절 내내 푸르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이라며 “반기문 총장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하회마을 주민의 마음과 뜻을 모아 주목을 택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대통령 등 국가 수반에게만 허용되던 기념식수를 반 총장이 직접하고, 나무 중의 제왕이자 천년을 가는 나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경북도가 반 총장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식수를 마친 반 총장은 충효당 오찬에 참석하며 방명록에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빕니다”라고 적었다. 오후 1시께 충효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오찬에는 부인 유순택 여사, 새누리당 김광림(안동) 정책위의장, 김관용 경북지사 내외,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 오준 주유엔대사, 권영세 안동시장, 김한규 안동시의회 의장 류상붕 풍산류씨 양진당 대종손, 류창해 충효당 종손,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 등 총 18명이 참석했다. 반 총장은 식사를 마치고 기자들이 ‘하회마을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묻자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나라 사랑 정신이라든지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우리 모두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함께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류성룡 선생님께서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과 같이 조선 중기의 재상을 하시면서 아주 투철하게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시고 그때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가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북지역 방문이 ‘대권출마를 시사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미소만 띄운 채 답을 하지 않았다.오찬을 함께한 새누리당 김광림(안동) 정책위의장은 “대선(大選)의 ‘대’자도, 정치(政治)의 ‘정’자도 안 나왔다”며 “이상하리만큼(정치 관련) 언급은 없었다. 옛날 얘기부터 덕담을 했고, (반 사무총장과 유순택 여사가) 양반탈, 각시탈을 하고 사진도 찍고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반 총장은 양진당 인근 학록정사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관람한 뒤 오후 2시30분께 안동 하회마을을 떠났다. 결과적으로 이날 대선출마에 관한 반 총장의 입장표명은 없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외교 활동을 통해 임진왜란 극복에 앞장선 서애 류성룡 선생의 리더십을 강조해 대표적인 외교 관료인 자신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이날 하회마을은 반 총장 환영 인파와 수백명의 취재진으로 인해 장사진을 이뤘다. 주최 측은 반 총장을 환영하기 위해 600-700명 가량의 주민이 안동 하회마을에 모였다고 밝혔다. ◇예정에 없던 경북도청 방문…기념식수하기도오후 2시30분께 안동 하회마을을 빠져 나간 반 총장은 곧바로 안동의 경북도청 신청사에 들렀다. 원래 방문 일정에 경북도청 청사 방문은 잡혀있지 않았지만 주최 측은 “도청 일정은 오찬 도중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반 총장은 방명록에 “역사와 문화의 전당 경북도청 개청을 축하드리며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부인 유택순 여사, 김관용 경북지사와 함께 경북도청 입구에 ‘금강송’을 심었다. 주최 측은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상징하는 적송으로서 수령은 300년 이상이며 수고는 20미터 정도”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안동 신청사에서 약 10분간 짧게 머문 뒤 경주로 출발했다. 퇴장하는 길에 기자들이 ‘이번 방문(의 의미)’에 대해 물었으나 손만 흔든채 답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이날 하회마을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경주로 이동해 오후 6시께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기자회견을 한다. 같은 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뉴욕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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