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하다 실수 한번 하면 상사가 고함을 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해요.(중략) 기본적으로 부하 직원한테는 반말을 하거나 매너없이 굴어도 된다는 권력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어나요”지난해 한 공중파 TV프로그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80%는 상사에게 ‘권력형 괴롭힘’을 경험했다. 직장 내 지속적인 괴롭힘 피해자도 16.5%에 달했다. 10명이 부원인 한 부서에서 2명 가까운 직원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부당 해고, 성폭력, 노동 재해는 그간 노동계나 법조계의 주요 쟁점으로 자주 다뤄져 왔다. 하지만 직장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직장 괴롭힘’ 문제는 사회적으로 제대로 조명받지도, 피해자들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보호나 응원의 말도 듣지 못해왔다. ‘괴롭힘’을 호소하는 당사자는 ‘근성이 없다’ ‘남들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이니 참으라’는 방관에 가까운 대답만 들을 뿐이다. ‘일터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코난북스)은 인권의 사각지역에 방치돼왔던 직장 괴롭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인권활동가 류은숙, 변호사인 서선영, 이종희 세 사람은 2년간 ‘일터괴롭힘에 대한 연구모임’을 이끌면서 얻은 성과를 이 책에 정리했다. 국제기구의 관련 문서, 해외의 입법 사례, 출간물 등을 연구했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면담하고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노조, 청년 단체, 여성 단체, 법률가 등의 자문을 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일터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개념 정의, 유형 분석, 피해 영향, 대응 방안 등으로 나눠 면밀하게 연구하고 설명했다.더 나아가 이 책은 일터괴롭힘 문제를 인간 존엄성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일터에서 맺는 관계는 무엇인지, 왜 존엄성이라는 시각에서 일과 그 관계를 바라봐야 하는지 일깨우면서 독자들에게 ‘당신은 직장내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아니면 목격자인가’ 준엄하게 묻고 있다.(류은숙 등 지음·코난북스·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