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유승민 의원이 16일 새누리당으로 복귀하면서 차기 당대표를 정하는 전당대회 향배가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가 그리고 있던 차기 지도부 구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8월9일 전당대회는 친박계의 입맛대로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로 분리 실시된다. 이에 따라 후보군이 풍부한 친박계는 대표에는 최경환 의원을, 다른 주자들은 최고위원으로 교통정리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던 터였다. 상대적으로 비박계는 정병국 의원이 대표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친박계의 숫적 우세에 눌려 비박계는 단일 후보를 제대로 내세우지도 못하고 지리멸렬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하지만 전당대회가 54일 남은 상황에서 비박계의 핵심인 유승민 의원이 복당하게 돼 친박계가 주도했던 당권 경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의 개혁과 당의 화합을 위해 당원으로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오늘 복당이 결정됐으니까, 차차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딱 잘라서 출마 거부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다. 친박계가 긴장하는 이유다.당권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선다면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가 적극 지지해 무난히 당선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의원이 출마 쪽으로 돌아설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유 의원이 나선다면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던 비박계에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 의원 주변에서는 직접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이 나설 경우 전당대회는 친박 대 비박의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아무리 당 주류가 친박이라 하더라도 중도진영에서 비박진영까지 유 의원이 아우를 수 있는 데다 시중의 여론조사도 유 의원이 경쟁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 더구나 대구 출신이기에 지역적 연고도 튼튼하다는 점에서 전체적 판세는 예측불허다.유 의원이 직접 나서기보다 뒤에서 정 의원 등 비박 후보를 적극 후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 잠룡으로서 차기 대권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비박계 결속 역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하지만 유 의원이 직접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파괴력은 간단치 않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뒤에서 비박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도 역시 비박진영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나아가 유 의원이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손을 잡는다면 파괴력은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이 경우 친박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 후보로 평가받던 비박계 정병국 의원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만난 격이 될 수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의 복당으로 구심점이 생겼다는 것이 비박계의 고무적인 측면”이라며 “유 의원의 말과 언행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친박계에 대한 비박계의 정치적인 견제, 대처 등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전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박계가 유 의원의 복당으로 또다른 세 결속에 나서고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가 본격 합세해 비박의 간판 아래 사람들을 모을 경우 이번 전대는 친박계의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태풍의눈’이 새누리당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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