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0’(무수단)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최고 고도와 사거리 등을 공개하는 등 자신감을 표출한 것은 핵무력 완성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물질 확보와 핵폭발을 일으키는 기폭(起爆) 장치 개발에 이어 사거리 수천㎞의 투발 수단(미사일)까지 모두 확보했다는 것으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직접 타격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는 셈이다.특히 북한은 ‘화성-10’ 발사 과정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발사 각도를 높여 비행 거리를 줄이는 ‘고각(高角) 발사’를 택하는 등 핵무력 운용의 목표를 전술적 차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화성-10’ 발사 이후 24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발사 성공 여부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다섯 차례의 발사 직후 “발사 실패 추정” 평가를 내놓았던 것에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발사 의도를 몰랐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3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탄두 폭발시험과 여러 종류의 탄도 로켓(미사일) 발사” 지시에만 주목하다가 재진입 기술 검증을 위한 고각 발사에 허를 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물론 재진입 기술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난 4월15일 첫 발사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북한의 거듭되는 발사 의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하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도 발사 의도에 대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사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기존 평가만 되풀이했다.더 큰 문제는 북한이 앞으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발사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거리 1만㎞급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 핵무력 완성의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이에 따라 군 당국이 북한의 의도와 동향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이날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휴전 이후 지금처럼 장기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 적은 없었다”며 “김정은의 예측불가능성이 도발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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