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의 장편소설과 6권의 소설집을 펴낸 등단 20년차 소설가 조경란(47) 씨가 어느 날 난데없이 선언했다.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짧은 이야기들을 써볼래. 짧지만, 아주 좋은 이야기들. 물론 재미도 있고 말이야.”이후 7개월 남짓 매주 한 편씩, 평균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의 아주 짧은 이야기 31편을 완성했다. 조 소설가가 5년 만에 펴내는 전작(全作)이자 첫번째 짧은 소설집인 ‘후후후의 숲’이 나온 이유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출판계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장편소설에 에너지를 집중해왔다. 하지만 짧은 분량 안에서 서사의 완결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단편소설은 장편이 줄 수 없는 쾌감이 있다. 짧은소설은 이러한 단편의 매력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장르다. 최대 원고지 20매를 넘지 않는 짧은 분량 안에, 인생의 한 장면을 포착해서 묘사한다. 풍자와 유머를 담고 있으며 기발한 착상과 반전이 있는 서사로 이뤄진다. 표제작 ‘후후후의 숲’은 인생이 녹아간 짧은 소설이다.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이 숲속에서 말테 선생에게 숨쉬기를 배우는 내용이다. 그 숲에 모여든 사람들 모두가 얼마간의 상처와 걱정거리와 불행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모여 부지런히 숨쉬기를 연습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살아갈 힘을 낸다.  ‘후후후의 숲’은 조 작가의 부지런한 숨쉬기 같다. 거창하게 무엇을 이야기하기보다 기운 내라고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200쪽, 1만3000원, 스윙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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