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성주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군민들이 침통함에 빠졌다.이날 오전부터 ‘사드 배치 반대 군민 궐기대회’가 열린 성주읍 성밖숲에는 70-80대 노인부터 유모차를 끌고나온 젊은 주부까지 5000여명이 참여했다.30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던 조봉숙 씨(42·여)는 “남들은 ‘님비(NIMBY, 내 집 앞은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현상’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사드 배치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누구를 위한 사드 배치인가’를 묻고 싶다.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이라고 했다.조 씨는 “성주 군민이 4만5000명 밖에 안된다고 하지만, 인구의 대부분은 사드가 배치되는 성산포대를 마주보고 있는 성주읍에 살고 있다”며 “사드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정부에서 누구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책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과연 여기에서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무더위 속에 군복을 입고 궐기대회에 나온 70-80대의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참전용사이기 전에 성주 군민”이라며 앞 일을 걱정했다.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이용호 씨(75)는 “내가 살고 있는 성주군 선남면에는 80%가 젊은이다. 기특하게도 고향에서 농사 짓고 살겠다며 내려와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 소식 이후로 ‘성주 참외를 먹지 못하겠다’, ‘성주로는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그러면서 “(정부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드를 배치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뺨을 때리면 그냥 맞고 있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흥분했다.2년 전 성주로 시집와 19개월된 딸을 둔 주부 노연우(36) 씨는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자 눈물을 흘렸다.노씨는 “혹시 ‘성주에 사드 배치 보도가 잘못됐다’는 뉴스가 나올까봐 밤새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어른들이야 괜찮지만 아이들이 걱정돼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그녀는 “평화롭게 소소한 일상을 행복이라고 여기고 살고 있는데, 왜 우리에게 이런 재앙을 주려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성주 사드 배치설이 나돌 때부터 20시간째 끼니를 거부하며 단식 농성 중인 이재복(76) 사드 성주 반대 비대위원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이 위원장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군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소통했어야 했다. 국방부든, 정부든 명확한 답변을 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성주 사드 특별취재팀 팀장 조여은 / 박노균·신해관·이은진·신용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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