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리둥절하다.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른거냐? 이해가 안 간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 아니냐”13일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THAAD·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을 놓고 쏟아지는 의문들이다.  올초부터 계속 이어진 한반도 사드 배치 여부가 한미 양국의 최종 결정으로 결론이 났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한 논란이 대내외 갈등으로 증폭되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도 배치 지역은 “수주 내에 발표하겠다”고 보류했다. 이때부터 대혼란이 시작됐다.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남 양산 등 사드 배치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는 곳마다 거센 반발과 함께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결국 국방부가 5일 만인 13일 경북 성주로 지역을 확정 발표함으로써 애초 발표가 실기였음을 자인했다. 5일간 전국을 뒤흔든 혼란과 갈등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고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한 효용성 의심과 전자파 유해논란으로 촉발돼 괴담까지 양산하고 있다.이런 과정을 정부는 왜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정교하게 대비하지도 못했던 걸까. 정부가 사드 배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건, 올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다. 핵탄두가 장착된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사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미간 협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사드 도입 필요성 자체에 대한 논란이 시간을 끌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이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미간 사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에 사드배치를 강력히 반대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국민들에게 충분한 소통과 협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드와 관련돼 정부 내 제대로된 컨트롤타워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적으로 13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에서 사드 배치 확정 시점을 6월 말쯤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드 배치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이로인해 한 장관의 국회 위증논란까지 일고 있다.이 때문에 공과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외교안보 정책 브레인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과 러시아 등 대외 외교적 설득 노력을 담당해야 할 외교부는 아예 속수무책으로 사드배치 결정에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사드 배치 발표시점에 백화점을 찾아 바지 수선을 맡긴 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윤 장관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아예 소외된 증거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사드 배치가 그동안 북핵 저지, 북한 고립 외교에 올인해 왔던 정부 대외정책 기조를 한꺼번에 흔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을 들인 대 중국 외교를 하루아침에 3년 전으로 되돌려버렸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로 인해 하반기 ‘북핵 제재 피로증’이 급속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이게 과연 끝인가’하는 불신도 제기된다. 사드 1개 포대로 막을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이 48발에 불과하고 수도권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유사시 수많은 북한 저고도 미사일과 방사포에 대한 대응책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분석이다.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정부의 일관된 대내외 안보 철학 부재가 사드 배치에 관한 정부 불신을 가중시켰다”며 “이 모든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을 북한 김정은이 호재로 받아들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