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온갖 나라, 아직 먹어보지 못한 온갖 이국적인 음식들이 생각났다. “전 세계를 요리할 테야!”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p.283)미국 CIA 요리학교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한 요리사이자 푸드 칼럼니스트인 사샤 마틴은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을 시작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겠다”는 목표. 지난 4년간 195개 나라의 음식을 195주에 걸쳐 매주 요리했고, 만든 음식의 가짓수만 해도 650가지가 넘는다.요리 도전기를 자신의 블로그 ‘글로벌 테이블 어드벤처’에 차곡차곡 기록해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도전은 이내 인종과 지역,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열띤 지지와 응원으로 이어졌다.이제 그녀의 블로그는 전 세계 식도락가들이 꼭 한 번 방문해야 하는 성지가 됐지만 도전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아버지 없이 자랐고, 위탁가정을 전전했던, 평탄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추억들이 요리를 하자 봇물처럼 터져나왔다.처음에는 “오클라호마 주 털사의 조그만 부엌에서 전 세계 요리를 하며 보낸 4년 동안의 이야기를 발랄하게 소개하는 책”을 쓰려던 그녀는 결국 행복은 내면에서 만들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과거와 맞닿아 있었고, 유년시절부터 자신의 가정을 이룰 때까지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던 불안감, 그리움, 상실감, 분노를 요리를 통해 치유할 수 있었다. 또한 전 세계 요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세상과 가족,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아픈 과거와 요리 이야기가 버무려진 이 책,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에는 말의 성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벨리 팔라우’나 앙골라의 ‘무암바 드 갈리냐’ 같은 이색적인 요리뿐만 아니라 헝가리의 ‘치킨 파프리카’, 아르헨티나의 ‘도토리 호박 구이’, 오스트리아의 달콤쌉쌀한 초콜릿 케이크인 ‘자허 토르테’, 독일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바움쿠헨’ 등 달콤한 디저트등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요리들도 소개돼 있다. 어느 부엌이든 비밀과 추억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상처투성이 과거를 마주볼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힐링 에세이다.사샤 마틴 지음, 이은선 옮김, 408쪽, 북하우스,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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