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 적용을 받게 되는 공공기관, 교육계, 언론계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까지도 포괄적이고 애매한 법 규정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콜센터마다 상담 전화 잇따라… 공직사회 웅성웅성이를 반영하듯 일선 지자체가 운영하는 상담콜센터에는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경기도 상담콜센터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60통의 전화가 왔다. 평소 30여통의 2배에 달했다.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 교직원, 어린이집 선생님, 자동차 딜러까지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식사비용, 경조사비, 선물 등의 적용대상 여부, 부정청탁 대상, 외부강의 관련 문의 등이 대부분이었다.도는 공무원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5개를 골라 모범답안을 만들기도 했다용인시 콜센터에도 이날 오전에만 10여 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 내용의 대부분은 식사 비용 등의 처리였다.도와 시·군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인 휴게실, 흡연실 등에서 대화 주제도 김영란법이었다. 서로 법 적용이 어떤지, 직무 관련성의 범위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거나 정보를 구하기도 했다.경기도교육청 콜센터에서 30여 통의 문의가 들어왔다. 학부모가 학급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할 수 있는지, 교직원끼리 식사비 업무추진비 사용가능한지 등의 내용이었다.수원지검도 지난 27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에 대한 특강을 했다.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기자협회는 이날 오전 수원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김영란법 설명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청과 도교육청, 경기남부경찰청 등 공공기관 홍보실 직원들이 참석했다.곽상욱 오산시장은 이날 전 직원에 ‘청렴’을 강조하는 서한문을 보내기도 했다.곽 시장은 “일부에서는 이 법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이 법이 가져올 부작용에 경계를 표시하기도 한다”면서 “우리 모두 공직자로서 금도를 다시 새기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청렴한 행정을 실행하겠다는 다짐하자”고 강조했다.◇직원들끼지 점심…식사는 더치페이(Dutch pay)로법 시행을 의식한 듯 공무원과 교육계, 언론계 등의 점심 분위기도 이전과는 사뭇 달ㅈ랐다.평소와 달리 구내 식당이 호황을 누렸다. 평택시청 신관 5층 구내식당은 점심을 해결하는 직원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다. 배식을 기다리는 직원들의 긴 행렬은 식당 밖 복도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화성시와 안성시, 오산시 등의 구내식당도 점심시간 내내 북적였다.수원지검 구내식당도 평소보다 50여명 많은 280여명이 찾았다. 신유철 수원지검장도 이날 오전 법무행정협의회를 끝내고 직원, 소년원장, 교도소장 등 20여명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구내식당도 평소보다 많은 직원이 몰렸다. 하루 평균 300여명 정도 찾는 구내식당을 이날에는 이날은 350여명이 찾았다. 경기도청과 용인시, 안산시 소속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구내식당이나 도청 인근 식당으로 종종걸음을 했다.그러나 같은 과나 팀 소속 직원들끼리였다.경기도청 모 사무관은 “구내식당이 북적일 것 같아서 그냥 직원 2명과 도청 앞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고 왔다”고 말했다.용인시의 모 부서는 팀장인 직원들과 함께 시청 근처 식당에서 1인당 6000~7000원짜리 식사를 했다. 이 팀장은 김영란법 저촉 여부를 확인한 뒤 식사비용을 냈다.안양시청과 의왕시청 등의 인근 식당도 평소 같으면 시청 직원들로 북적여야 했지만 썰렁했다. 식당 주인 김모(60·여)씨는 “영란이법이 시행됐다고 했지만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을 줄 몰랐다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간부공무원들은 당분간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만남 등은 자제하는 등 법시행 초기에 적응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이날 제주도에서 연찬회에 들어갔으나 출발에 앞서 소관 실·국과 산하기관 등에 일체의 협찬이나 찬조를 하지 말라고 전달했다.도의회 박승원(광명3)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도교육청 관계자 3명과 지역구의 모 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참석한 뒤 식사(칼국수)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박 대표와 도교육청 직원들은 각자 비용을 냈다.평택시청의 한 직원은 “외부인과의 점심으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에 (김영란법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자제하자는 분위기에 대해 직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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