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복지시설로 불리던 대구시립희망원이 온갖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대구시립희망원은 과다사망과 강제노동 및 착취, 성폭행 및 폭행, 부정선거, 문서파쇄, 생계비(부식비) 횡령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아 국정감사 등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루기까지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접한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누리꾼들은 대구시립희망원 누리집 게시판 등에 글을 남기며 사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촉구했다.또한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장애인 단체 등은 10일 대구시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를 규탄했다.▣전국 최우수 시회복지 시설? 대구시립희망원은 1958년 설립 이후 산하시설인 희망원(노숙인재활시설), 라파엘의집(노숙인요양시설), 성요한의집(정신요양시설), 글라라의집(장애인거주시설) 등 총 4개 시설에 1200여명이 거주하고 155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시설이다.대구시립희망원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연속 6회에 걸쳐 우수시설로 선정됐다. 또 2005년 4개 분야에서 A등급, 5개 영역에서 94.65점을 받아 전국 노숙인복지시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6년에는 전국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최우수 사회복지시설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대구시립희망원은 1980년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서 운영권을 위탁했다. 대구시는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대구시는 매년 90여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그러나 지난 2년 8개월 동안 대구시립희망원 내에서는 120여명이 넘는 거주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강제노동, 폭행, 갈취, 납품비리 등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2013년 ‘쪽지 사건’에 의해 비리 밝혀져대구시립희망원의 폭행과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은 2013년 일명 ‘쪽지사건’이라 불리는 익명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드러났다. 대구시립희망원의 한 직원이 희망원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인터넷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우편을 통해 언론기관과 각종 기관, 시민단체 등에 일제히 전달했다.직원이 보낸 쪽지에는 희망원안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 인격 모욕, 폭행, 갈취, 물품 허위 청구에 따른 횡령사실 등이 적혀 있었다. 2013년부터 돌기 시작한 ‘쪽지’는 올해 1월까지 계속 전파됐다. 이곳의 온갖 비리가 적힌 투서는 대구시와 시민단체 등에 뿌려졌다. 이에 대구시는 특별점검을 벌이고 희망원도 달성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그러나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4월 25일 성명을 통해 “경찰이 3개월 가까이 미적거리고 있다. 폭행을 당한 장애인 당사자와 이를 목격한 다른 장애인조차 아직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미온적인 경찰 수사를 지적했다. 경찰은 시민단체의 성명 발표 후 지난 4월 29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직원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다른 피의자 임 씨는 지난 5월 16일 검찰에 넘겨졌다.▣인권위 2차례 조사, 2년 8개월간 129명 숨져전국 최고의 복지시설로 불리던 대구시립희망원은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 조사를 받았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9월 8-9일, 23-24일 두 차례에 걸쳐 폭행 및 강제노동, 횡령, 사망 등의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특히 희망원에서는 2014년부터 2년 8개월간 거주 인원의 약 10.6%인 129명이 숨졌다. 이는 노숙인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최대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12년간 513명이 숨진 형제복지원과 견주어도 적지 않은 수치다. 사망자들의 기록은 떡 등을 먹고 사망하는 기도폐쇄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또 대구시립희망원은 식자재 업체와 짜고 수억원대의 급식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대구시립희망원은 식료품거래내역보다 적은 양을 받거나 허위로 장부를 기록해 차액을 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횡령금액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2억1000여만원이다. 국민의당이 실시한 진상조사에서는 ‘밥이 너무 적어 배가 고프다. 썩은 과일이 나왔다’는 등의 거주인들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대구시립희망원 노조는 지난 8월 23일과 26일자 시설 소식지에 희망원의 급식비 횡령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장부와 노조 측의 주장을 실었다.이 소식지에 실린 2장의 사진은 조리사들이 보관하고 있던 물품 납품 검수증이며 검수증에는 소불고기를 구매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하지만 노조는 "소불고기 구매일로부터 2주일치 식단에는 소불고기 메뉴는 없었고 입고 자체가 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은 수년 간 지속돼 왔고 희망원이 수량을 부풀리거나 저품질의 물품을 납품 받으며 고품질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민단체 "인권유린과 비리, 운영재단 책임져야"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는 일차적으로 운영재단(천주교대교구교구)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이날 비대위는 △시설 수용인의 과다사망 △강제노동 및 착취 △(성)폭행 △문서파기 △생계비(부식비) 횡령 등을 나열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서승엽 희망원대책위공동대표는 "가톨릭대구교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립희망원에서 믿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며 "짧은 세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그 안에서 많은 분들이 인권침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쩌면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가톨릭 신뢰의 그늘 속에서 자신들이 챙겨서는 안 될 그런 이익만 챙기고 살아왔을지 모른다"며 "이런 일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오만함이 일어날 수 있겠냐"고 질타했다. 또 권택흥 희망원대책위공동대표는 "우리는 아직도 가톨릭에 대한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대구시의 감사가 시작되는 오늘, 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지금, 조사를 보고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대구대교구에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장태수 정의당대구시당위원장은 "대구시는 `권익위의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표명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는 시민이 용서를 할지 모르겠다"며 "대구대교구는 성직자로서 지금 이 순간 시민들에게, (희망원에서 숨진) 129명의 생활인에게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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