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사전입수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박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며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제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이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입수하고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는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다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전했다.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지난해 4월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독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다”며 사과한지 1년 6개월 만이다.대독이 아닌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그러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의 형식이 아닌 오로지 대국민사과만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를 박 대통령이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이날 오후 3시 43분께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 박 대통령은 1분 35초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짙은 감청색 재킷과 바지를 입고 나온 박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사과문을 읽기 시작했다. 손동작이나 시선 처리도 없었으며 목소리도 힘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로 사과문을 마무리한 박 대통령은 한번 더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한 뒤 질의응답 없이 오후 3시 45분께 기자회견장 뒤로 퇴장했다. 두 번째로 고개를 숙인 뒤에는 박 대통령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도 맺혔다.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등도 침통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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