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제는 아예 예약이 거의 없어요. 정말 힘듭니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28일로 한 달이 됐다.지난달 28일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더치페이 확산 등 접대문화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그러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경제 침체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등 부작용도 만만찮게 부각되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 등 지역의 한정식과 일식, 복집, 한우집 등 고급 식당가는 그야말로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아 울상이다.실제로 고급 음식점 등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첫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예약절벽’ 사태를 맞고 있다.이에 음식점 등은 김영란법을 피해 가는 신메뉴를 속속 출시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대구 수성구 들안길과 황금동 일대 한정식과 일식집 등은 이달 초부터 점심·저녁 메뉴를 변경했다. 기존 점심 2만원에서 4만원 사이, 저녁 4만원의 코스 메뉴를 점심·저녁을 통일한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 사이 가격의 메뉴를 출시했다. 한우음식점은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한우 가격 영향으로 판매가를 더 낮출 수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실정이다.대구 수성구의 A한정식집 사장 최 모(49) 씨는 “거짓말처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예약이 평소 절반도 안된다”며 “고급 음식점은 자기 돈을 주고 먹어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러다 문을 닫아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접대의 상징’이라 불리던 유흥업소와 골프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김영란법의 음식 접대비용 한도가 3만원인 탓에 사실상 저녁 술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흥업소 매물이 늘고 있고 보증금 또한 5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었다.한달 전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했던 회원제 골프장 역시 더 이상의 호황은 없다. 부킹 전쟁이 치열했던 예년의 가을시즌 호황은 김영란법의 시행이 이후 골프장 예약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평소 골프를 즐기는 사업가 오 모(38) 씨는 “예전에는 주말 골프장 예약을 하려면 최소 한달 전에는 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하루 전에도 예약이 가능하다”며 “아마도 김영란법 시행 때문에 골프접대가 많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황금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인 김 모(35) 씨는 “예전에는 아무리 장사가 안되도 하루에 6팀 정도(10개 룸 기준)의 손님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1-2개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주위의 업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거나 팔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대구지역 공무원들과 회사원들도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구내식당은 이 법의 시행이후 가장 인기 있는 점심식사 장소가 됐다. 심지어 관공서 주변 회사원들까지 구내식당에서 한끼를 해결할 정도다. 또 기업인들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공무원과 사업체 관계자들을 만나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서로 눈치를 보느라 밥 한끼나 술 한 잔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제약회사 등 일반 영업직 회사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학병원과 개인병원 등을 돌아다니던 영업사원들은 이제 병원에 들어 갈 수가 없다.병원에 가더라도 의사가 만나 주질 않기 때문에 영업실적은 뚝 떨어졌다. 실적을 위해 의사 등에게 접대 시 사용하는 법카(법인카드) 또한 회사에 반납한 직원도 있다.일본계 제약회사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손 모(32) 씨는 “실적과 의사들과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병원에 자주 찾아가야 하는데 요즘에는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라며 “회사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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