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피임실천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는 현재 성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청소년 대상 성교육은 보건교사가 1년에 약 17-34시간동안 실시하는 내용이 전부다. 또 남녀 신체구조의 차이, 성윤리 등 진부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으로만 구성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질병관리본부가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20대 미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대 미혼여성의 피임실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8%는 피임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9.3%는 콘돔사용법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령별로 보면 만 27-29세의 ‘피임교육이 전혀 없다’는 응답률이 8.3%로 가장 높고, 만 23-26세는 4.1%, 만 19-22세는 2.4%로 조사됐다. 콘돔사용법에 대한 교육경험도 만 19-22세가 82.4%로 높게 나타난 반면 만 27-29세는 75.9%로 상대적으로 낮아 어릴수록 피임 관련 정보와 교육을 많이 습득한 것으로 분석됐다.하지만 이들 중 성관계 유경험자의 피임실천율이 46.7%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성교육은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우선 성교육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의 문제다.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2013-2015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75.7%로 나타났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84.9%인 데 반해 고등학교 3학년은 61.0%로 낮은 수준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내 성교육을 받은 학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보사연은 논문에서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체육, 보건 교과가 정규과목으로 편성되지 않고, 성교육은 이벤트성으로 진행하고 넘어가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경험에 노출될 확율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성교육의 내용이 남녀 신체구조의 차이, 성윤리 등 진부하고 매년 반복적인 내용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6억원을 투입해 만든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성폭력을 당한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거나 △데이트 성폭력의 원인을 남성이 데이트 비용의 댓가로 성관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등 시대착오적이고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는 이에 표준안을 수차례 수정했지만 논란이 거듭되면서 현재 비공개로 전환됐다.김남순 보건의료연구실장은 논문을 통해 “스위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피임기구를 사용법, 성병 예방법 등 성관련 지식과 함께 원치않는 성관계 대처법, 임신·출산 대처법 등 현실적인 내용을 포함해 교육시키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각 지자체별로 실시하고 있는 성교육 캠프와 각종 사업들의 현실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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