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99.7%에 해당하는 연간 약 13억 톤의 물동량이 선박을 통해 수출입 되고 있다. 이 수출입 상품을 싣고 우리나라 항만에 매년 8만여 척의 외항선박이 입출항하는데, 그 중 외국선박이 6만여 척으로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전통적으로 선박이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통제권은 선박이 등록된 국가만이 행사한다는 기국주의(旗國主義)의 원칙이 오랜 기간 지배논리로 존속해왔다. 외국선박이 자기나라 항만에 입항해도 그 선박을 치외법권의 영역으로 간주해 항만국에서 간섭하거나 규제할 수 없었다.이런 오랜 국제 관습법이 1978년 프랑스 연안에서 좌초한 ‘아모코 카디즈호’라는 대형 유조선의 대규모 유류오염사고를 계기로 변화됐다. 당시 아모코 카디즈호는 라이베리아 국적의 외국 선박이었기에 프랑스는 사고선박의 안전성 확인 등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었다. 국제사회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논의 끝에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수용해 마침내 항만국통제(港灣國統制, Port State Control, PSC)라는 새로운 제도를 탄생시켰다.이렇듯 항만국통제는 자기나라 항만에 입항하는 외국선박이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기준 미달 시 강력히 통제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9월부터 동 업무를 개시했는데 부산항과 인천항에서 항만국통제관 2명이 처음으로 외국선박에 대한 안전점검 업무를 시범 실시했고, 1987년에는 울산, 여수, 포항항까지 확대 시행돼 1988년부터는 우리나라 모든 무역항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약 50명의 항만국통제관이 2300여 척을 점검해, 이 중 86척을 출항정지 처분했다. 이제 부실한 선박은 우리 항만에 입항하려면 출항정지를 각오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선박이 지켜야 할 국제안전기준은 유엔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제정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선박으로부터의 오염방지를 위한 국제협약(MARPOL)’, ‘선원의 자격과 훈련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STCW)’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수십 개의 국제협약이 발효돼 외항선박에 강제 적용되고 있다.이러한 국제안전기준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이며, IMO 회원국 중 바다를 가진 150개국 이상이 항만국통제를 시행중에 있어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부실선박은 점점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항만국통제를 시행한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30년 만에 우리나라는 그저 그런 변방국가에서 IMO의 수장인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IMO의 최상위 A그룹 이사국에 8연속 선임되는 등 사실상 상임이사국의 위상을 가진 나라로 환골탈태했다.지금 전 세계적으로 해운산업 경기가 침체국면에 있어 안전투자에 대한 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통해 우리 국적선의 안전품질을 국제적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하고 부실한 외국선박이 우리 연안에서 대형 해양사고를 야기하지 않도록 기준미달 통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사고는 한 순간에 발생하지만 이를 수습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 등의 사례를 통해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미래의 해양강국으로 가기 위해서 앞으로의 30년도 안전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해사정책이 강하게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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