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화문에선 주말마다 축제가 열립니다. 한낮의 축제가 아니라 늦은 밤의 축제입니다. 시민들은 저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타납니다.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들은 하나의 대오가 돼 함께 소리 지르고 함께 노래 부릅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이 촛불과 촛불은 거대한 은하수가 돼 어둠을 몰아냅니다. ‘시’(市)가 ‘시’(詩)로 깨어나는 시간입니다. 가슴 속에선 윤동주의 시 구절 하나가 풀꽃처럼 피어납니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제목은 ‘쉽게 씌어진 시’인데 시인은 낮은 목소리로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합니다. 부끄러움을 물려주기 싫은 사람들은 ‘빛이 되는 문’(光化門) 앞에서 ‘문밖에 있는 그대’를 애타게 소환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촛불들의 열병식을 보며 자칭 ‘동심의 보루’, ‘전직 연출가이자 교육자’, 현직 문화재단대표인 저는 엉뚱하게도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가사를 떠올렸습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노래를 읊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화문 인근에 사시는 ‘그분’이 작년 어린이날에 했던 ‘명언’도 오버랩 됐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줍니다. 그리고 꿈이 이뤄집니다”촛불잔치가 벌어지는 광화문 일대엔 지하철역이 여럿 있습니다. 근처에 사는 저는 경복궁역 7번, 광화문역 1번, 시청역 3번 출구를 자주 드나듭니다. 지하철 안에서 묵상도 하고 음악도 듣고 사람들의 표정도 살핍니다. 언젠가는 제가 앉게 될 경로석도 물끄러미 살펴봅니다. 스크린도어에 얽힌 슬픈 사연도 떠올립니다.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살 수 있는 잡동사니를 파는 상인도 마주칩니다.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 삶이 힘들어서 도움을 청하는 장애인들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지하철은 서울시민의 커다란 스토리창고입니다.‘문화’(culture)는 지배가 아니라 ‘재배’(cultivate)입니다. 좋은 씨앗을 뿌려야 건강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내년 풀뿌리문화주간의 거리축제 제목은 ‘문화철도 2017’입니다. 서울시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생활밀착형 거리축제이며 동시에 일 년간 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지원하고 응원한 모든 아이템이 집대성되는 추수감사제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어지러워도 기차는 힘차게 달려갑니다. 갈라지고 찢어진 마음들을 야합, 봉합이 아닌 결합, 융합, 통합시킬 문화철도 2017에 즐겁게 동승해주십시오. 시대가 어두워도 별들은 그 빛을 숨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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