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느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거쳐간 숱한 장소를 돌아보며 반 고흐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엮은 한 권의 책이 있다. 반 고흐가 머물렀고, 지은이가 걸은 이 종잇길을 따라 우리는 한 예술가의 생과 사가 교차하는 가슴 뜨거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어느 날, 암스테르담의 반고흐미술관에 갈 기회가 주어졌다. 태양이 눈부신 어느 여름날의 오후였다. 빈센트의 그 다채로운 노란색과 초록색이 만든 황금빛 찬란한 들판 풍경을 직접 감상했다.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유럽인들이 빈센트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스탕달 신드롬이 무엇인지. 그 전율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내 가슴을 쿵 내려앉게 했고 쉽게 진정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마치 그가 가까운 미술인 선배라도 되는 것처럼 측은함을 느끼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되었다”(‘시작하며’ 중)저자 류승희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화가다. 그는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이자 예술의 아이콘인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고흐미술관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반 고흐의 빛에 매료되었고, 그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빈센트 반 고흐 연구자들 중에는 그의 삶의 파편들을 판독해야 할 블랙박스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다. 가끔 그 파편 중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와 새로운 논쟁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지은이는 빈센트라는 블랙박스 판독에 앞서 우선 그가 살아생전 머물고 그림을 그린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하는 한 모두 찾아가 마치 그와 대화를 나누듯 그의 흔적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류승희는 반 고흐의 작품과 생애에 관해 섣불리 정의 내리기보다는 암시하고 분석하고 제안하기 위해 그가 거쳐 간 인생과 예술의 무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392쪽, 아트북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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