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의 주인공 햄릿의 유명한 대사 ‘투비 오어 낫 투비 댓 이즈 더 퀘스천’(To be or not to be-that is the question)은 그 뜻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상섭 연세대 영문과 명예교수(79)는 최근 출간한 ‘셰익스피어 전집’(문학과지성사)에서 이 부분을 ‘존재냐 비존재냐 그것이 문제다’라고 번역했다. 엄연히 원문은 ‘투비 오어 낫 투비’이지 ‘리브 오어 다이’(Live or die)가 아닐 뿐더러 독일의 비텐부르크 대학에 다니면서 심각한 책을 읽는 철학적 청년으로 나오는 햄릿의 ‘존재론’적인 질문임을 감안한 것이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서거 400주기인 올해를 약 한 달 남기고 출간된 이 교수의 ‘셰익스피어 전집’은 국내 최초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38편과 시 6편 총 44편을 완역해 단 한 권에 담았다. 국배판(255㎜×290㎜) 1808쪽 양장본에 좌우로 2단 편집을 한 덕에 이것이 가능했다. 또 대부분 운문으로 쓰인 셰익스피어 희곡을 기존의 산문체 번역과 달리 모두 우리말의 4·4조와 그 변조인 7·5조 운문으로 옮겼다.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희곡에서 산문이 아닌 운문, 그것도 5보격이라는 운율을 사용했으니 우리말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옮기려면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번역해야만 그 텍스트의 의도와 매력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한 학자가 내놓은 ‘투비 오어 낫 투비’에 대한 산문적이고 학술적인 번역인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이 교수는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영어식 언어유희인 ‘펀’(pun)도 재치있게 번역했다. 영문학자이면서도 ‘연세한국어사전’ 발간을 진두지휘했던 국어학자로서 실력 덕분이다. 또 꼼꼼한 주석으로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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