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가족재단은(대표 정일선)은 근대 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인 ‘신유류하하완촬영기념(申酉榴夏下浣撮影紀念)’ 사진을 발굴했다.대구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에 이어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이름을 찾아가던 과정에서 정경주 후손이 소장하고 있던 이 사진을 발굴하였다. 이 사진은 1921년 대구 지역 유지들의 한시 공부 모임을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대구의 유명한 시인 김란을 비롯해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던 서병규, 그리고 대구 근대 화가로 손꼽히는 서진달 등 9명이 한 장의 사진 안에 등장한다. 특히 서병규의 손자인 서진달(1908-1921)은 다동으로 등장해, 유명 근대 화가의 13세 당시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사진을 찍은 사람과 사진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을 모두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사료적 가치가 높다. 사진 오른쪽에는 ‘유류하하완촬영기념(酉榴夏下浣撮影紀念)’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것은 신유(申酉)년, 즉 1921년을 의미한다. 그리고 ‘류하하완’의 ‘류하’는 음력 5월이고 하완, 즉 그달의 20일에서 30일 사이라는 날짜를 밝히고 있다. 즉 1921년 음력 5월 하순에 찍은 사진이다.사진을 찍은 사진사는 ‘정유택(鄭裕澤)’으로, 정유택은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7부인 중 한 명인 김달준과 정운화의 아들로 추정된다. 연일 정씨 족보에서 이를 발견한 바 있다. 즉 사진을 찍은 정유택은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를 이끈 정경주의 조카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진에 대해 “근대기 사진 중 보기 드문 수준 높은 사진이며, 특히 조선인이 찍은 희귀한 사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인모 사진작가는 “1921년은 대구에 사진기가 거의 없었던 시기이고 대부분 일본 사람이나 서양 사람들이 관찰 의미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라며 “조선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는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향토역사관 변성호 학예연구사는 “근대기 사람들의 여가를 보여주는 희귀한 사진”이며 “가방, 술병 등은 근대기 특징을 보여주는 소품들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예가 이윤숙은 “책을 윤독하는 모임으로 보이며 선비들이 여름을 맞이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한국학박사 이인숙은 “서병규는 정자관을 쓰고 있으므로 서병규 자택일 가능성이 매우 크며, 문설주에 붙어 있는 글은 석재 서병오의 글씨라 볼 수 있다. 석재와 여농은 친척 관계로 친분이 두터웠고 공부하는 모임에 같이 소속된 사이였다”고 말했다. 조재모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흥미로운 사진”이라고 말했으며, 김주야 건축학박사는 “당시 민가에서 잘 쓰지 않았던 겹처마를 사용하였고 문은 미닫이문과 여닫이문을 이중으로 따로 달았으며 굉장히 정교하게 제작된 난간 등 건축적으로 볼 때 굉장히 고급스러운 부자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근대 한옥으로 전통의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유리, 벽돌 등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근대기 고급 주택 양식의 풍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1921년 이 사진 한 장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와 중국의 학풍, 일본의 문화, 서구의 건축이 혼합된 근대기 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사진을 통해 앞으로 대구 근대 기록에 관한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