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폐범주성 장애(자폐증)가 3대에 걸쳐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신찬영<사진> 교수팀은 환경인자로 발병하는 약물 의도성 자폐증이 1세대를 거쳐 2, 3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자폐증은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성 장애다.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1.5%, 우리나라는 2.6%에 이른다.그러나 유전인자와 환경인자에 의해 발생하고 특히 임신중 특정 의약품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신체적 기형과 함께 자폐증이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 자폐증 유병률의 증가 원인은 그간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진은 뇌전증(간질)치료제 ‘발프로산’ 성분에 노출된 자폐 동물을 연구한 결과, 꼬리가 휘어지는 등의 신체적 기형이 1세대에서만 관찰됐다. 2, 3세대로의 유전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폐증에서 관찰되는 대두증과 자폐범주성 행동장애의 지표 신호전달 체계인 전두엽피질 내 인산화 효소(GSK3β)의 인산화는 정상화군에 비해 자폐 동물 3세대까지 유전됨을 확인했다.또 자폐증 발병 원인인 전두엽피질 내 흥분성·억제성 뉴런 불균형이 자폐 동물 3세대까지 유전됐다.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NMDA 수용체와 AMPA 수용체의 발현이상도 3세대까지 이어졌다. NMDA 수용체는 신경세포의 신경수용체로 세포의 사멸을 조절하거나 정상적인 세포 사이의 통신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AMPA 수용체는 뇌에서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이온성 수용체로 빠른 시냅스 전달에 관여한다. 아울러 연구진은 내인성 신경조절물질로 알려진 ‘아그마틴’을 자폐 동물에 투여해 사회성 결여 개선과 과잉행동 억제 등의 효과를 관찰했다. 이는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자폐증의 치료를 위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연구진은 자평했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인자 유발성 자폐증이 다(多)세대에 걸쳐 유전돼 자폐증의 지속적인 유병률 증가의 한 원인이 될 것임을 증명한 것”이라면서 “환경성 자폐유발인자 관리 및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질환극복기술개발 사업과 교육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틱 리포트(Scientific Reports)’와 신경약리 분야 국제저널인 ‘뉴로파머콜로지(Neuropharma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