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 부부는 ‘오불도’가 송광사로 돌아가는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불도를 잘 보관하고 흔쾌히 기증한 이 부부가 없었다면 오불도는 지금 여기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전남 순천 소재 송광사의 주지인 진화스님은 14일 오전 서울 인사동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열린 ‘송광사 오불도 환수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오불도 환수의 기쁨을 표현했다. 조선 후기 탱화의 걸작인 송광사 ‘오불도’는 7폭짜리 ‘오십삼불도’ 중의 일부다. 오불도는 1969년 말에서 70년 초반 송광사 불조전 공사 중 도난당했다. 행적이 묘연하던 이 작품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인인 마티엘리 부부 손에 들어갔다가 2014년 미국 포틀랜드 박물관에 기탁됐다. 그러다가 다시 기증자와 기탁박물관의 양해로 조건없이 원소장처인 송광사에 반환된 것이다. 기탁자인 로버트 마티엘리 씨(86)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여 년 동안 서울에서 화가, 조각가, 도예가, 미술 교사 등으로 활동해 왔으며, 1970년 초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골동품점에서 목가구를 구경하던 중에 서랍장에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찢기고 구겨져 있는 오불도를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약 2주 후, 그가 다시 그 골동품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서랍장은 팔린 상태였고 오불도만이 구석에 놓여 있었다. 그는 이를 구매해 솜씨 좋은 표구사를 구해 수리했고 1985년에 오불도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보관하다가 2014년에 포틀랜드박물관에 맡겼다. 문화재청 소속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7월에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의 현황을 조사했고 이듬해 5월에 조사 자료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박물관에 기탁된 오불도가 도난 불화라는 것을 확인했다.그후 문화재청은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우호적인 방법으로 환수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협상 권한을 위탁받아 박물관 측에 오불도가 도난 문화재임을 알렸고 포틀랜드박물관은 부부를 설득했다. 이번 오불도 반환은 단순히 그림을 돌려받는 것 외에 오불도의 의미를 연구 발표하는 심포지움과 포틀랜드 주민과의 만찬회 등을 지난 3일 미국에서 열면서 한국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도난문화재 환수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게 조계종 및 문화재청의 평가다. 조계종 문화재팀은 “많은 불화 등이 보수를 거치면서 원래 색감을 잃는데 80년대 한국에서 일부 수리하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사이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불화 고유의 특징이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불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문화재팀은 또 “미술사적으로는 조선시대 대표 화승인 의겸스님의 대표작 중 하나”라며 “1700년대에 활동한 의겸스님은 겸재 정선과 대등한 실력의 소유자로 알려진 스님”이라고 설명했다. 오불도는 작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좌우 두 폭의 그림이 도난당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해왔다. 이번에 반환된 것은 송광사 불조전의 왼쪽 출입문 벽에 있던 것이고, 오른쪽 출입문에 있던 나머지 1폭의 오불도는 아직도 그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태다.반환된 오불도는 오는 29일 대웅전에서 봉안식을 가질 예정이며 내년 1월 30일에서 2월25일까지 약 한달간 일반에게 특별공개할 예정이다. 송광사는 포틀랜드뮤지엄과는 차후 양해각서를 체결해 교차전시 등을 할 계획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