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피츠제럴드, 뭉크, 마티스 등 거장들은 예술 형식에만 갇혀 있지 않고 작품 속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진리’를 담았다. ‘롤리타는 없다’는 그들의 살아 있는 촉각으로 건져 올린 깊은 혜안을 통해 새로운 ‘공감의 인문학’을 여는 시도를 하는 책이다.특히, 문학과 미술이 어떻게 통섭을 해 왔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인문학적 감성’을 건드릴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진숙은 “좋은 삶, 인간적인 성숙을 위해서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보고 생각해 보고 공감하고 때로는 반론을 제기하는 연습을, 우리는 고전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런데 왜 문학과 미술인가. 이진숙은 데이트 폭력, 헤어진 연인 동영상 유포 같은 비상식적인 일상은 ‘사랑’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게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목표가 되지 못하고 수단으로 전락할 때, 삶은 망가진다. 이것을 가장 잘 포착하고 성찰로 이끄는 게 바로 문학이다. 한편, 인간의 감각을 즉각적으로 자극하는 건 시각예술이다. 매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이 펼쳐지는 바쁜 삶에서 자치 지나치기 쉬운 상처와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문학과 미술은 따로 놀지 않았다. 위대한 시인과 화가, 천재 소설가와 조각가는 서로 교류하며 시대 공감을 나눴다. 물리적인 친구 관계도 있었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떨어져 있는 사이라 할지라도 같은 고민과 고통을 겪었다. 이처럼 미술과 문학의 소통은 지금 우리 앞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 보다 더 큰 생각의 장을 열어줄 수 있다. 그 고민과 고통은 결코 그들만의, 그 시대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해 ‘롤리타는 없다’의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다.그래서 이진숙은 “강한 자는 약한 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타인의 행복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인간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것은 파멸이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읽고 감상할 위대한 고전 문학과 미술은 이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고 말한다. 292쪽, 1만6000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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