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없었더라면 내가 오늘날 무엇이 됐을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오늘 내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내 아내 덕분이고, 나는 이희호의 남편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대한민국 역사상 첫 야당 집권을 이끌어낸 대통령 김대중의 부인이기도 했지만 이미 이전에 사회운동으로 주목받는 지도자였던 이희호 여사. 그에 대한 평전이 출간됐다.한겨레신문을 통해 80여회에 걸쳐 장기 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된 ‘이희호 평전’은 한 정치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보다 유력 여성운동가이자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이희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미국에 유학한 유망한 사회학 연구자로 강단에 섰고 여성문제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하는 한편 대한YWCA연합회 총무로서 여성기독교운동을 이끌었던 그는 김대중과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서 삶의 행보가 바뀐다. 수난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그러나 동시에 두 사람은 함께 걷고 함께 싸우며 ‘동행자’로서의 삶을 만들어나간다. 자신을 ‘이희호의 남편’이라고 칭한 김 전 대통령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망명 당시의 강연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독재자들의 핍박 속에서도 이희호는 민주주의 투쟁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대신 오히려 투쟁을 지원하고 독려했다. 일본에 머무르던 남편에게 쓴 편지에서는 “현재로서는 당신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말할 수 있으니 더 강한 투쟁을 하시라”고 권한다.“여러분, 제 남편이 대통령이 돼서 만약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습니다.”(169쪽) 이런 그의 단호함이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단련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이 여사의 어린시절부터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 유신시대의 민주투쟁, 정치 역경과 청와대 생활 등 일대기를 담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어렵게 결혼에 이른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전한다. 고명섭 지음, 736쪽, 한겨레출판, 3만2000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