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십이지의 동물 중 화가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동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닭이라는 가금류는 너무나 친숙하고 평범하기도 하거니와, 그럼에도 아무리 잘 그린다 한들 볼품없어 보이기 쉬워서다. 호랑이나 용 등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통 동양화에서 닭은 화조화에 속한다. 화조화에는 집에서 기르는 닭과 병아리를 가리키는 ‘가금’(家禽)과 매, 까치, 오리 등의 ‘야금’(野禽)이 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화조화를 봐도 가금보다는 야금이 좀 더 활발하게 그려졌다고 한다.한국화를 그리는 많은 화가들 중에서 ‘닭 그림’ 하면 떠오르는 화가는 단연 조선 후기의 변상벽(생몰년 미상, 조선후기)이다. 변상벽이 그린 고양이와 함께 사실적으로 표현된 닭과 병아리를 그린 그림은 닭 그림의 교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닭과 병아리’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변상벽의 작품은 ‘모계영자도’ ‘계자괴석도’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화가 중에 닭 그림에 천착해 그리는 이는 찾기 힘들다. 다만, 다양한 작품을 그리는 한국화가 들 중 자신만의 필치로 닭 그림을 그린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변상벽 이전에는 조선 중기에 활동한 풍속화가 신윤복(1758년-미상)이 남긴 닭 그림이나, 긍제 김득신(1754-1822)이 그린 ‘파적’이 알려져 있다. ‘파적’은 닭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은 아니나 18세기 서민의 가정에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는 닭과 병아리가 등장한다. 병아리를 몰래 물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쫓는 주인의 황급한 찰나의 몸짓이 해학적으로 표현돼 꽤 알려진 작품이다. 변상벽 이후에는 조선 말기 천재 화가인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암탉과 수탉’이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빼어난 기교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장승업과 같은 시대의 제도권 화가였던 안중식과 조석진의 닭 그림이 남아 있다.이후 근·현대에 들어와서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산정 서세옥(1929-), 신영상(1935-)작가 등이 반추상적인 필치로 닭 그림을 그렸다. 또한 이화여대 미대학장을 지내고 올해 12월5일에 타계한 오당 안동숙(1922-2016) 작가가 닭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안 작가는 전통 동양화 기법으로 산수화뿐만 아니라 화조화를 그리는 기법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 밖에 닭 그림에는 이중섭(1916-1956)의 개성적인 선묘화가 있고, 파격과 개성을 내세운 황창배(1948-2001)의 작품이 이색적이다. 사석원(1960-)작가는 최근 정유년을 맞이해 한국도자기에서 출시한 접시와 달력에 닭을 그리는 콜라보 작업을 하기도 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