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미술시장 유통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예고됐다. 무엇보다도 ‘위작’ 유통과 관련한 시장의 변화다. 천경자, 이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거듭돼 온 위작 논란이 사법영역에서의 고강도 수사로 이어졌고, 이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가칭 미술품유통법)을 제정해 위작 관련 범죄 처벌을 명문화하고, 미술품유통단속반을 만들어 위작 단속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미술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최근 1-2년 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등 1970년대 미술계 주류 사조였던 ‘단색화’가 미술시장의 ‘우량주’로 급부상하면서, 서울옥션과 K옥션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주도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작 논란 역시 어느 때보다 빈번하게 제기됐다. 천경자 화백의 별세 이후 유족은 25년 전 ‘미인도’ 진위 논란을 가리겠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을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검찰이 ‘진품’ 결론을 내리고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결국 ‘감성재화’인 미술품이 사법 영역에서의 ‘개입’과 동시에, 시장 자율의 영역이 아닌 정부 개입과 규제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됐다. 정부 주도의 ‘미술품유통법’은 경매 방식으로 공개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된 지 20년(1998년 서울옥션 설립 기준)이 채 안 된 한국 미술계에서 처음 추진되는 규제안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먼저 ‘미술품유통법’이 앞으로 국회를 통과하면 미술품유통법 상 미술품유통업을 화랑업, 미술품경매업, 기타 미술품판매업으로 분류한다. 화랑업은 등록, 미술품경매업은 허가, 기타 미술품판매업은 신고제를 도입한다. 등록·허가·신고없이 미술품 유통을 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무나 ‘갤러리’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지에서 그림을 사고 파는 이른바 ‘나까마’ 중개상들도 설 곳을 잃게 된다.           문체부는 이 같은 유통 투명화 대책 뿐만 아니라 활성화 대책도 내 놨다. 먼저 미술품 구입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하반기부터 500만 원 이하의 미술품 구입 시 시중 은행사와 카드사 등과 연계해 무이자할부를 지원한다. 또 작가들을 연계해 학교나 공공시설에 미술품 대여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기초 인프라를 지원해 일반 국민들의 미술품 향유를 확대한다. 문체부는 이러한 미술품유통법을 올해 초까지 입법과정을 완료하고 8월부터는 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발생했다. 이러한 규제안을 주도하는 문체부가 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핵심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부당성이 제기되면서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책임 공방에 사로잡히게 됐다. 여기에 문체부와 산하기관에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문체부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시계제로’에 빠졌다. 미술계에서 정부안을 지지했던 쪽은 이러한 문체부 상황을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음지에서 횡행하던 위작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어렵게 추진된 시장 투명화 정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미술계 ‘대변혁’의 시대는 올까. 현 정국의 해법에 귀추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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