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예악’은 서양악기로 국악기를 모사해 독특한 질감을 선사한 명곡으로 꼽힌다. 1966년 독일 도나우싱엔 음악제에서 초연된 이후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이 전통적이면서도 첨단적으로 결합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가 2015년 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음악작품 1위로 꼽기도 했다. 윤이상의 빛나는 음악들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잇달아 다시 조명된다. 오는 9월 17일 윤이상의 탄생일을 기점으로 거장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통영 연주를 시작으로 유럽 투어를 떠난다. 윤이상의 ‘하모니아’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로 함께하는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11월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앙상블이 윤이상의 음악으로 통영을 찾는다. 윤이상의 클라리넷과 현을 위한 오중주, 베이스 클라리넷과 현악오중주를 위한 디스탄첸 등을 연주한다.성시연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윤이상의 탄생일인 9월 17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그의 교향곡인 ‘예악’, ‘무악’ 등을 공연한다. 아시아 최초로 세계적인 음악 축제 무직페스트 베를린(Musikfest Berlin)에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것이다. 특히, 페스티벌 측은 경기필 초청에 맞춰 이날을 ‘윤이상 데이’로 정하고 윤이상의 작품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윤이상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오는 3월31일부터 4월 9일까지 펼쳐지는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잇달아 조명한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첼로 협주곡’을,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주와 추상’을 연주한다. 2017 통영국제음악제의 폐막공연은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가 이끄는 서울시향이 맡는데, 윤이상의 클라리넷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윤이상평화재단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윤이상통일음악회를 여는 것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실내악 공연, 심포지엄 등을 마련해 윤이상을 기리기로 했다.‘상처 입은 용’이라는 수식에서 보듯, 윤이상은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삶은 굴곡으로 점철됐다. 특히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수감됐다 동료 예술가들의 탄원 등에 힘입어 풀려났던 일이 대표적이다. 이후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그리워하던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의 지난한 삶은 세상을 뜬 이후에도 여전하다. 2003년 출발한 한국의 첫 국제 콩쿠르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경상남도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하면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윤이상평화재단은 2013년 이후 정부의 지원이 끊겼던 사실이 확인됐다. 유럽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의 업적을 잇달아 기리고 있는데, 정작 고국에서는 홀대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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