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슬러지의 수분을 빼내 건조된 고형물(고화토)로 만들어 일반 흙과 절반씩 섞어 쓰레기 매립토로 활용한다는 목적으로 660억여원을 투입한 대구환경시설공단 산하 서부하수처리장의 슬러지 건조고화 시설이 실패로 막을 내렸다.3일 대구시에 따르면 그동안 하수슬러지를 건조한 상태로 매립장에 반입하던 고화토를 민간에 위탁처리하고 가연성 대형폐기물은 파쇄 후 소각장 반입처리 또는 사설처리를 하도록 했다.먼저 올해부터 더 이상 고화토가 매립장에 반입되지 않도록 민간위탁 처리할 예정이며, 매립장 내 묻혀 있는 고화토(63만 톤)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등 향후 고화처리정책은 완전 폐기하기로 했다.그동안 달서구 서재리 쓰레기매립장에 반입한 고화토의 양은 1일 약 300여 톤으로 연간 10만 톤이 넘는다. 건조고화 시설 처리과정을 거친 고화토는 당초 예상했던 만큼 탈취 능력이 우수하지 않아 악취가 나는 등 쓰레기 매립토로 활용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일반쓰레기처럼 쓰레기매립장에 매립해왔다.고화토는 수분이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일반쓰레기처럼 매립을 하게 되면 우수의 유입이나 주변의 수분을 흡수해 겔화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지면의 스펀지현상과 지반붕괴 우려가 커지게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묵살됐다.현행 법규상 하수슬러지는 쓰레기매립장에 매립할 수 없어도 수분을 뺀 고화토는 쓰레기장 매립이 가능하다.이 때문에 대구시가 현행 법규를 교묘하게 이용해 하수슬러지를 쓰레기매립장에 매립할 목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불필요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건조고화 시설의 설치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주의조치를 권고했지만 정작 의사결정을 했던 고위 공직자들은 모두 퇴직한 상태이다. 결국 검증되지 않는 정책에 수백억원의 혈세를 투입한 대구시의 하수슬러지 건조고화 시설은 애초의 건립목적을 상실했는데도 누구 한 명 책임지는 사람 없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